(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이 이슬람권 8개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에 대해 랩톱 등 전자기기의 기내반입을 금지한 조치를 일부 유럽 국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 사이에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 항공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정부의 조처에 협조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유럽 항공사들은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롯한 안보 부처와 미 항공사 관계자들의 회의가 이날 오후 예정된만큼 조만간 미 정부의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안보부 측은 이날까지도 "(확대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변화가 있으면 발표하겠다"고만 말했다.
에드 배스티언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국토안보부가 확대 조처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만약 기내반입 확대가 시행된다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배스티언 CEO는 이날 투자자들과의 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반면, 유럽 항공사들은 피해 규모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독일의 루프트한자, 영국의 영국항공 등이 직접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가, 기내반입 금지의 '파장'이 계획 단계에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는 승객 수도 워낙 많고, 환승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계산법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유럽 항공사들은 안보 상의 목적을 충족시키면서도, 승객 피해나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유럽연합 행정부인 집행위원회(EC)는 지난 9일 켈리 장관과 일레인 차오 미 교통부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서한은 "유럽연합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에 새로운 안보 조처가 적용되기 앞서 우리가 협력해야 하는 것은 여기에 공동의 이해관계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테러방지 등 안보상의 이유로 지난 3월부터 터키·모로코·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8개국의 10개 공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9개 항공사에 대해 랩톱, 태블릿, 카메라, DVD 플레이어, 전자게임기 등 전자기기 기내반입을 금지했다.
국토안보부의 확대 고려는 불과 2개월여 만에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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