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한·중수교 주역이었던 첸치천(錢其琛 89) 전 중국 부총리가 지난 9일 지병으로 베이징에서 별세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첸 전 부총리는 1992년 한·중수교 당시 중국 외교부장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과 역사적인 한·중 수교 서명을 한 주역이다.
특히 한·중수교를 한 달여 앞둔 그해 7월 15일, 첸치천 부장 일행은 한·중수교를 추진한다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의 구두 친서를 전달하러 북한을 방문했다가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냉대를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1928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첸 전 부총리는 1942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으며 1945년 상하이 대공보에서 근무하면서 지하 당 활동을 했다.
첸 전 부총리는 1955년 구소련 주재 대사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뒤 1966년 문화대혁명 기간 하방됐다가 1972년 복권됐다.
첸 전 부총리는 1988년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유혈 진압 여파로 중국이 외교적 고립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0년여간 중국 외교부 부부장, 부장과 외교담당 부총리를 역임하며 중국 외교사령탑으로 활약, 중국의 국제외교를 진두 지휘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량윈샹은 홍콩 명보를 통해 "첸치천 전 부총리의 중국 외교계에서 지위는 저우언라이 전 총리 다음으로, 초대 유엔대사를 지닌 4대 외교부장 차오관화(喬冠華)에 버금간다"며 "그가 개방적이고 융통성있는 외교수완을 발휘해 중국 외교관의 외교적 예술을 보여줬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