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통신요금의 기본료와 단말기 보조금 지원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한 ‘보조금 상한제’의 폐지 시기에 통신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이던 지난달 11일, 가계통신비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월 1만1000원의 통신 기본료 폐지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핵심조항이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의 조기 폐지를 약속했다.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무분별한 보조금 살포로 인한 ‘보조금 대란’,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고객에 대한 ‘이용자 차별’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보조금 상한이 폐지돼 이통사의 보조금이 오르면, 그만큼 위약금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위약금 상한제’ 도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통법과 함께 시행된 지원금 상한제는 3년 한시 적용 원칙에 따라 오는 9월 30일이면 자동으로 일몰되기 때문에 일몰을 5개월 앞둔 시점에 조기 폐지라는 공약이 실효성을 갖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통법의 핵심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 상한액과 한도를 지정해 이를 초과한 지원금의 지급을 금지시키는 게 골자다. 지원금 상한제는 정부가 휴대전화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아왔다.
또 기본료 월 1만1000원의 폐지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수다. 현재 대부분의 이용자가 가입한 LTE 요금제는 기본료라는 구분 자체가 없어, 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은 이동통신 가입자 6100만명의 요금에서 1만1000원을 차감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일괄 요금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정부에 없기 때문에 이에 맞는 법률 개정이 필수이며, 민간기업의 산업적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재원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기본료 폐지에 대한 통신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만1000원을 일괄적으로 인하했을 경우 통신사들의 수익 감소액은 지난해 가입자 기준 7조9000억원에 달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 기본적인 투자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엽 서강대 교수(ICT법경제연구소 부소장)는 "기본료 폐지에 따른 요금인하를 정부가 민간업체에 강제할 수 없으며, 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라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조금 상한제 조기 폐지의 경우는 단통법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하는 등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야당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당사자인 통신사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올해 안에 기본료 폐지와 보조금 상한제 조기 폐지가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