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마약통제국(ONDCP)의 예산을 무려 94% 삭감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편성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예산안에서 마약통제국의 예산을 2천400만 달러(약 272억 원)로 대폭 줄였다.
이는 현행 2017 회계연도(2016년 10월 1일∼2017년 9월 30일) 예산 3억8천800만 달러(약 4천409억 원)와 비교해 무려 93.8% 감축한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마약통제국의 주된 업무인 마약 불법거래 단속 관련 프로그램 예산(2억5천400만 달러)과 마약 없는 커뮤니티 지원 프로그램 예산(1천만 달러)은 전액 삭감됐다.
또 직원 봉급 항목에서도 700만 달러를 줄였는데 이렇게 되면 마약통제국은 전체 직원 70명 가운데 약 33명을 해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이 정도면 사실상 조직을 없애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리치 바움 마약통제국장 대행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런 급격한 예산 삭감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이 예산안이 확정돼 그대로 실행된다면 마약통제국의 핵심 업무에 크게 기여해 온 많은 사람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번 예산안이 향후 미 의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통제국의 예산을 이렇게까지 대폭 삭감하려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백악관 예산관리국도 현재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마약통제국의 한 직원은 "마약통제국은 마약 남용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을 책임지는 유일한 기관"이라면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남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통제국의 예산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마치 창끝의 칼날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예산 대폭삭감 조치와의 관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약통제국 홈페이지는 이날 현재 기능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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