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대북 행보 및 발언에 대한 비판이 미국 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상황(right circumstance) 하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햇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김정은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난 이들도 없다.
물론 대화와 군사적 압박이라는 카드를 동시에 내밀었지만, 미국 내에서는 대화 자체를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6번째 교역 파트너인 한국을 비난하고 모욕할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파괴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북한의 지도자를 찬양했다"고 비난했다.
2000년 방북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는 이같은 발언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영광이라는 발언은 자신의 국민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하는 이에게 어울리지는 않는 표현"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1대 1의 관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것이 사업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김정은을 정당화해 줄 우려가 있는 것이었다고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탄압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북한을 생지옥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대통령으로서 누군가와 대화에 나선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궁극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공화당 의원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미국 상원 군사위원은 2일 MSNBC의 ‘모닝 조’에 출연해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모순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면서 “김정은은 독재자보다 더 나쁜 폭군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관성이 국가안보정책의 근본적 기둥이 돼야 하며, 대통령은 발언을 훨씬 더 신중히 한다"고 강조했다.
CNN의 크리스 칠리자 선임에디터 역시 분석 기사를 통해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미국과 아주 다른 세계관을 가진 외국 지도자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이라고 믿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비논리적"이라면서 "김정은이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통치자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신호를 주는 행동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 역시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일본·러시아·한국이 나서서 북한 정권에 압력을 가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북한을 대화에 나서도록 만드는 큰 틀의 전략이 없이는 그런 제의를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