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방송국 앞 응원전…劉, 질문시간 아껴 "손잡아달라" 신상발언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5·9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2일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후보들의 과격한 발언이 난무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해 탄핵 촛불집회에서 "가짜보수를 횃불로 불태워버리자"고 한 발언을 두고 "그럼 나는 화형당하겠네"라고 공격했다.
홍 후보는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의 유세 발언을 두고도 "그럼 나는 문드러지겠네"라고 비꼬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발언도 만만치 않았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이날 집단 탈당한 데 대해 심 후보는 "집에 불 지르고 야반도주한 격"이라며 "이런 식으로 경우 없는 정치 행태는 정말 기가 막히다. 제가 다 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 분위기에서도 대선을 코앞에 둔 긴장감이 감지됐다. 지난달 28일 토론에서 후보들이 앉은 채로 자료와 도표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팩트체크'에 주력했다면, 이날 토론에선 후보들이 선 채로 다소 감정 섞인 '백병전'을 벌였다.
심 후보는 "놀면서 일 안 하고 도민 세금 축내니까 (경남의료원을) 폐쇄한 것"이라는 홍 후보의 설명에 "그건 도민이 홍 후보에게 하는 말"이라며 "비리 혐의로 재판받으러 다니느라고 도정을 제대로 못 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했다.
홍 후보는 "그렇게 배배 꼬여서 어떻게 대통령 하겠느냐"고 심 후보의 비꼬는 말투를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런 분들이 있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되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홍 후보는 "(옛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처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시라. 파이팅"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낙선'을 위해 이정희 후보가 사퇴했던 것에 빗대 심 후보는 중도사퇴하지 말고 문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해달라고 '격려'한 셈이다.
유 후보는 홍 후보의 '흉악범 사형집행' 공약을 거론하며 "성폭력범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다분히 홍 후보의 대학생 시절 '돼지흥분제' 성범죄 가담 모의를 암시한 것으로 들렸다.
이에 홍 후보는 "그런 식으로 비열하게 질문하니 (의원들이 탈당한 것)"이라며 전날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자신을 만나 "(유승민) 후보가 덕이 없어서 대선을 못 치르겠다"고 말했다고 직격했다.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두 당의 분열 원인을 두고 "그렇게 우리 당 쪼갠 분이 안 후보", "쪼갠 분이 문 후보"라며 분당 사태 때 남았던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지난 토론에서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공세에 발끈하며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시라"는 등 부적절한 토론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후보들의 비판에도 자주 "허허허"라고 웃었다.
안 후보도 여태껏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부분을 만회하려는 듯 홍 후보의 대입 정책 공약을 두고 "유지하면서 대폭 개편한다는 모순"이라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타 후보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양극단 세력이 아닌 합리적 개혁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소속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유 후보는 '시간 총량제'로 진행된 이날 질문·답변 시간을 아껴뒀다가 약 2분간 신상 발언을 했다.
그는 "참 힘들고, 어렵고, 외롭지만, 저는 실망하지 않는다"며 "국민이 손잡아주면 제가 개혁 보수의 길을 계속 가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마지막 TV 토론이 열린 상암동 방송국 앞에는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토론 시작 전부터 몰려와 수능 때를 방불케 하는 응원전을 펼쳤다.
각자의 유세 차량이 집결한 가운데 속속 도착한 후보들은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리허설 때 수첩에 뭔가를 적거나 카메라를 보고 얼굴 근육을 푸는 등 '마지막 결전'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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