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9시 17분 장례식장 입구에 승용차를 타고 임원 여러 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박대영 사장 구속하라'는 유족 측 고성과 욕설 속에 장례식장으로 들어와 취재진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유족 측이 대기 장소로 쓰던 분향실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유족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박 대표이사는 거칠게 항의하는 유족 측 눈을 일일이 마주보며 "이미 돌아가신 분을 살려낼 방법은 없고 최선을 다해서 (수습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응급 처치를 얼른 제대로 하지 못해) 살 사람을 죽여버렸다"는 유족의 오열에 "그런데 아시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다쳐서"라고 대답했다가 "유치원생이 봐도 응급한 사람들을 옮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겠더라"는 타박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이사는 대화 중간에 유족과 협력업체 관계자 간 이야기가 이어지자 양반다리 자세로 바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박 대표이사는 다른 사망자 가족 대기실을 찾았다가 사고 현장 입회를 요청을 받자 "저도 못 들어간다. (가더라도) 보이질 않아요"라며 다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사이 장례식장 복도에서 유족과 협력업체 관계자간 다툼이 벌어지면서 고성이 오가고 화환이 넘어지는 등 사태가 벌어지자 임원들이 박 대표이사를 장례식장 옥상으로 급히 대피시켰다.
10분가량 옥상에 사실상 고립되다시피한 박 대표이사는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이 여태껏 장례식장을 찾지 않은 건) 잘못된 것"이라며 "협력업체와 충분히 논의해 가능한 빨리 (해결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후 9시 54분 차량을 타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가기 직전까지 "정식으로 사과하라"는 유족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 대표이사는 차량 탑승 전 협력업체 측에는 "잘 수습하고, 유족과 협의해달라"며 "저희와 (협의를) 같이 해야죠"라는 말을 남겼다.
유족 측은 박 대표이사가 떠난 이후에도 유족 전원을 만나지 않고 현장을 떠난 데 대해 울분을 토했다.
유족 측은 "원청이 (사고를) 제대로 살펴야지", "죽은 사람이 6명이나 되는데 누구 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인터넷 보셨습니까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등 거친 항의를 쏟아냈다.
한편 삼성중공업 측은 지난 1일 크레인 충돌 사고로 31명이 사상한 거제조선소에서 최근에도 유사한 크레인 충돌 사고가 났던 사실이 알려지자 인명피해는 없었다면서도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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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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