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대전에 사는 최모(75) 할아버지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건 어버이날보다 열하루 앞선 지난달 28일이다.
매년 열리는 대한노인회 서구지회 주관 어버이날 기념식이 예년과 달리 일찌감치 치러졌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인 8일 당일에 진행했던 지난해보다도 일정이 확 당겨졌다.
그는 "내 기억에 이번처럼 행사를 일찍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미리 사의(감사의 뜻)를 받으니 좋으면서도 너무 이른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2일 말했다.
자치단체장이 참석하는 어버이날 행사가 올해 유난히 빨리 열리는 건 다른 일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북 충주시는 45회 어버이날 기념 유공자 시상식을 지난달 28일 시청에서 개최하고 노인복지에 기여한 단체와 효행자 등을 표창했다.
대전 유성구 지역 어버이날 기념식은 지난달 27일 진행됐다. 어버이날에 나흘 앞서 열렸던 지난해 경우보다도 이르다.
대전노인회 대전 동구지회 주관 어버이날 기념행사도 지난 1일 가오동 동대전컨벤션웨딩홀에서 치러졌다.
카네이션 달아 드리기, 전통 무용, 효행자·노인복지유공자 표창, 오찬 등 지역 어르신 공경의 뜻을 담아 마련한 순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강원 춘천과 충남 공주에서도 어버이날보다 일주일 일찍 기념식이 열려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며 건강을 기원했다.
세종시, 경북 경산, 대전 중구 등지에서는 지역 대표적인 어버이날 행사가 2일로 잡혔다.
이런 현상은 어버이날이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껴 있어 원활한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게 자치단체의 설명이다.
휴가나 외지 출타 등으로 참석 인원이 많지 않거나, 적잖은 표창 대상자가 불참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했다는 게 그 이유다.
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 하루 전이어서 자칫 대규모 인원 참석 모임의 성격이 변질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반영됐다고 전했다.
대전지역 대한노인회 한 관계자는 "기우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대선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행사장 안팎에서 선거운동을 하게 되면 어르신을 모신 이유에 대해 오해를 살 수 있겠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아예 대선 이후로 행사를 미룰 것을 요청한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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