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마불사(大馬不死)로 불리는 월가의 초대형 은행들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IB) 기능을 분리하는 이른바 '글래스-스티걸법'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 않으냐"면서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금융업종 간 칸막이를 허물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논리 속에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9년 폐지됐고, 2000년대 월가에서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겸하는 초대형 금융기관 탄생이 가능해졌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5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글래스-스티걸법 부활'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의회 인준 과정에서 글래스 스티걸법의 '21세기 버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당장 월가의 대형 상업은행들은 부정적인 기류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시티그룹의 마이클 코바트 CEO는 "21세기 버전의 글래스-스티걸법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설명해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경제라인'을 장악한 '골드만삭스 사단'이 상대적으로 상업은행 비중이 큰 JP모건 등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전통의 투자은행들로서는 글래스-스티걸법이 다시 도입되더라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수 있기 얘기다. 게리 콘 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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