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했지만, 퇴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바쁜 외교 일정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응할지 장담할 수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1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지금은 어떠한 확약도 할 수 없다. 러시아도 가야 하고 이스라엘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더 힐 등 미국 언론이 필리핀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초청은 일단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중진국의 정상이 즉각 응하지 않고 '튕기는' 모양새를 보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단체 등의 반대를 뚫고 주무 부처인 국무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두테르테 초청을 강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면을 더욱 구기게 됐다.
미국 내 인권 단체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마약 단속을 핑계로 수천 명을 살해한 '집단살해 지휘자'로 규정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필리핀 내 인권 문제를 제기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을 '창녀의 아들'로 비난하는 등 취임 이후부터 미국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극적으로 두 '마초맨'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새 리더십이 들어섰고,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친구'라고 말하는데, 왜 싸움을 걸겠느냐"고 말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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