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앞으로는 관제사와 조종사가 교신할 때 문자메시지를 보내듯이 데이터통신을 활용해 의사소통 오류로 인한 위험성을 줄인다.
또 이착륙 간격 설정을 위한 항공기 분류를 세분화하고, 인공위성 등 첨단기술로 가장 빠른 항로를 제공해 더 많은 비행기가 더 빨리 이동하는 항공교통시스템이 마련된다.
국토교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항공교통 선진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2035년까지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기본계획은 인공위성과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 글로벌 항공교통체계 구현'을 비전으로 삼고 ▲공항운영 개선▲시스템·데이터의 상호 운용성 증대▲공역수용량·비행효율성 증대▲효율적인 비행경로 구축을 4대 추진전략으로 정했다.
먼저, 관제사와 조종사의 교신방식을 음성에서 문자로 바꾸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다.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섬 공항에서는 활주로에서 KLM네덜란드 여객기와 팬아메리카 여객기가 충돌해 583명이 숨졌다.
당시 KLM네덜란드 여객기 조종사는 관제탑과 영어로 이뤄진 교신을 잘못 알아듣고 이륙허가가 난 줄 알고 이동하다 활주로를 이동 중이던 팬아메리카 여객기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항공 여객기 기장이 2015년 4월 조종사 필수요건인 '영어 말하기' 성적을 갱신하지 않고 무자격으로 운항하다 중국 항공당국에 적발됐다. 제주항공은 이를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가 지난달 과징금 6억원의 처분을 받았다.
국토부는 교신에 주로 사용되는 내용을 미리 문자로 만들어놓고, 상황에 맞춰 운항 중인 여객기에 보내 조종사가 화면을 통해 보거나 출력해서 볼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활용되는 방식이다.
또 항공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종이 문서가 아닌 디지털방식으로 생산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미 일부 외국 항공사에서는 여객기 조종사가 두꺼운 종이문서가 아니라 태블릿 PC 1개만 가지고 조종석에서 모든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 이착륙 간격 설정을 위한 항공기 분류를 'Heavy(헤비)-Medium(미디움)-Light(라이트)' 등 기존 3단계에서 6단계로 세분화한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날개 끝에서 소용돌이 바람(후류)이 발생한다. 뒤따라오는 비행기가 이 소용돌이에 잘못 휘말리면 뒤집힐 수 있기에 비행기 크기에 따라 이착륙 간격을 설정해놨다.
하지만 비행기 크기를 3단계로만 분류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이착륙 간격이 길어져 활주로 이용 효율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인공위성 등 첨단기술로 항공기의 위치와 항공기가 이용할 수 있는 공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가장 효율적인 항로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그동안 군공역에 민항기가 지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군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민항기에 항로를 열어주는 등 공역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비행 거리와 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항공기 이·착륙 시 수평비행 없이 연속적으로 상승하거나 강하할 수 있도록 관제해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시킨다.
국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중장기 발전계획'을 토대로 이러한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국토부 김상수 항공관제과장은 "기본계획의 체계적인 이행을 위해 과제별로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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