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지역 강대국의 영향력을 국제정세 관리에 적극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의 입장을 덜 중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교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분석이어서 주목된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최근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푸틴(러시아), 시진핑(중국), 모디(인도) 등 유라시아 지역 강대국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이들과 조정 및 타협을 추구하는 외교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 연구부장은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주장해 온 '전략적 책임(strategic responsibility) 외교'로 대외 정책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전략적 책임' 외교는 지도자 개인의 감정이나 관료적 요소를 극복하고 역내 강대국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를 관리하는 정책 방향이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는 중국에, 시리아 문제는 러시아에 맡기는 방식이다.
신 연구부장은 이에 대해 "지역 강대국들의 영향력은 인정하되 세계 평화는 세력균형 정책으로 관리하고, 국방 예산 증액을 통해 해군력 증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럴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해온 인권과 같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질 수 있으며, 작은 나라의 의견이 충분히 존중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 연구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리아 패싱 자체는 과도한 표현"이라면서도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형 이슈를 다룰 때 한국의 입장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다. 차기 정부는 전략상 우리 외교력을 과대평가하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치를 목표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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