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행장실 문턱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요즘 재킷 없이 와이셔츠만 입고 행장실을 출입한다. 행장용 결재판도 사라졌다. 모두 최종구 은행장이 지시한 일이다.
이같은 평가는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료 시절부터 최 행장과 인연을 맺어온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최 행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없이 적합한 인사라고 생각했다"며 "그만한 성품을 가진 실력자가 없다"고 말했다.
최종구 행장은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로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일 7시에 출근해 운동을 하고, 여의도 내 작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수은 관계자는 "북엇국 등 소탈한 메뉴를 골라 혼자 간단하게 먹는 편"이라며 "허례허식을 워낙 싫어한다"고 말했다. 업무와 관련해 저녁 약속이 길어질 때는 수행비서를 일찍 퇴근시키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서가 어쩔 줄 몰라했다는 후문이다.
대우조선에서 한숨 돌린 최 행장은 최근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먼저 각 본부의 여러 부서장들과 저녁을 함께 먹을 예정이다. 업무상 애로 사항이나 바라는 점 등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자리다.
부장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직접해 불필요한 절차도 간소화했다. 업부 전달 체계가 복잡할수록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원들도 처음에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지금은 '훨씬 효율적'이라는 반응이다. 최근에는 부서별 자료 취합으로 두꺼운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출장 준비도 핵심 내용만 꾸리도록 했다.
그렇다고 수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는 온전히 수은이 책임져야 할 사안인 데다 최근 정권 교체를 앞두고 정책금융기관 간 역할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지만 임직원들의 사기는 증진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체제라면 수은의 순항이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