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제작 영화사람·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예리한 추리력의 막무가내 임금 ‘예종’(이선균 분)과 천재적 기억력의 어리바리 신입 사관 ‘이서’(안재홍 분)가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과학수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극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던 이선균에게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첫발을 떼기에 적합한 작품이었다. 퓨전 사극에 추리극,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더해진 이 작품은 낮은 진입장벽과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되었으니까.
‘임금님의 사건수첩’으로 현대극부터 사극까지 아우르게 된 배우 이선균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이번 작품은 서사보다는 캐릭터가 강한 작품이었다
-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장르에 대한 욕심이 컸다. 소속사 대표에게 ‘이쯤이면 사극을 하고 싶다. 좋은 사극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임금님의 사건수첩’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캐릭터를 보니 너무 멋있는 거다. 하하하. (대표에게) ‘정말 나 주는 거야? 내가 하는 거야?’ 하고 물어볼 정도다. 결과적으로는 덥썩 물게 됐고.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장르와 캐릭터라서 그야말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극은 처음인데, 관심이 생긴 건가?
-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예전에 사극 드라마를 찍는 걸 보니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 분장하는 것도 어려운데 쪽대본으로 고군분투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한겨울에 한복을 입는 것도 고생스러워 보이고. 그런데 40대가 되다 보니 기존에 해왔던 장르 외에도 (연기적인) 확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보다는 영화, 정통보다는 퓨전으로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다.
퓨전 사극이라고 해도 현대극 같은 연기를 할 수는 없었을 텐데. 톤 조절은 어떻게 했나?
- 모든 극이 처음에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면 다 어려운 법이다. 감독님과 톤 조절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신들에게는 일반 사극톤을, 이서에게는 편하게 접근하자고 했었다. 극명한 차이를 두고 싶었는데 대신들과 부딪치는 장면이 많이 편집됐다. 사극톤을 유지하면 코미디가 안 살더라. 그래서 아예 동네 형과 동생, 병장과 이등병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다.
이선균이 언급한 대로 예종은 문과 무에 능통한 왕이다. 그야말로 멋진 캐릭터인데
- 아! 그래서 부담스러웠다. 하하하. 멋진 역을 너무 멋지게 표현하면 재수 없지 않나. 그래서 허술한 면을 부각하려고 노력한 것도 있다. 반전이 드러나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퓨전 사극에 추리를 더하는 과정은 어땠나?
- 감독님과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정할 때 캐릭터 무비와 정통 추리 사이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1편이 캐릭터를 소개하는 느낌이라면 2편은 정통 추리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눴다. 하하하. 2편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평소 추리물을 좋아하는 편이지 않나
- 좋아한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거의 좋아하는 편 아닌가? 미국드라마나 외화들을 쉽게 접하니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대충 접근하면 추리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반감을 살 것 같았다. 그래서 버디 무비에 가깝게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어쩌면 이서의 궁중 입궐기, 성장기다.
안재홍과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했는데, 어떻게 살리고자 했나?
- 워낙 이서 캐릭터가 다재다능하고 잘 쓰여 있으니까. 저와 재홍이는 케미스트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할까 고민했었다. 티격태격하고 우당탕 하는 느낌을 내려고 했다.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했다. 개인적으로는 셜록과 왓슨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혹은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느낌?
40대가 되면서 사극에 관심을 끌게 됐다고 했는데
- 40대에 접어들면 이전보다는 로맨스 작품이 많이 안 들어올 거 아닌가. 나잇대에 맞게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극에 관심을 끌게 되었고 안 해본 건 두드려 봐야 하지 않겠나.
연기 확장에 대한 결심이 왜 이제 선 걸까?
- 예전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안 들어오는데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도 연기자로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하면 두드려 봐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스펙트럼을 더 넓힐 기회였는데, 첫 사극은 어땠나?
- 보는 분들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힘들 거라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통 사극은 아니었지만, 용포도 입게 됐고, 현대극과는 다른 톤의 연기도 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니 특별히 (현대극과) 다른 점을 모르겠더라. 다음번에는 더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겁먹지 말고 여유 있게 다가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