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은 그런 옥택연에게 새로운 연기 방식을 선물한 작품이다.
남편의 죽음 및 아들의 실종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미희(김윤진 분)가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시간위의 집’에서, 옥택연은 유일하게 미희를 믿어주는 최신부 역을 맡았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찾아냈다”는 옥택연에게 많은 것은 묻고, 또 들을 수 있었다.
- 무서운 ‘인터스텔라’ 같다는 반응도 있었고, 독특한 장르가 섞였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다. 가장 인상 깊은 피드백은 2PM 멤버 장우영 씨였다. ‘연기 좀 늘었더라?’고 말해줬는데, 그 말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하하하.
- 저는 아쉽다. 앞 신들이 연결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으니까. 함께 찍지 못한 신은 상상하면서 연기했었는데 편집이 되면서 더 타이트해지고 루즈해지는 부분들이 생겼다. 실제로 보니까 좀 아쉬움이 남더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나 보다
- 욕심은 늘 있다. 제 이름에 대한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반이든 작품이든 제가 맡은 건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엔 신부 역을 맡게 됐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 텐데?
-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이미 선배님들이 출연을 결정하셨을 때였다. 윤진 선배님이 하실 거라고 하셔서 (이미)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 믿고 보는 배우고 선배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탄탄한 내용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역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하지만 장르적인 면에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 개인적으로는 왔다, 갔다는 시간적 공간이 있어서 헷갈릴 때도 있었는데 몇 번 더 읽어보니 설정 오류는 없더라.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제가 맡은 최신부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쟨 갑자기 왜 나왔지?’하는 궁금증이 반전까지 이어나가는데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옥택연의 말마따나 최신부는 반전을 가진 인물이다. 연기적인 중점도 그 반전에 맞춰졌을까?
- 그랬다. 반전을 위해서 연기할 때도 ‘최대한 친절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보는 이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그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 더 임팩트가 느껴질 테니까. 그게 편집, 연출을 거치면서 더 극대화된 것 같다.
최신부의 성격이 옥택연을 만나서 바뀌었다던데?
-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더 어둡고 묵직했었다. 현장에서 더 컬러풀하고 밝은 이미지로 바뀌었다. 너무 밝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한 톤 밝은 모습으로 (극 중)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미희에게 커피를 달라고 말하는 장면도 더 밝은 이미지로 바뀌었다. 커피 말고 물을 준다든가 하는 모습 등 자잘한 변화를 거쳤다.
믿고 보는 배우 김윤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 사실 25년 후 늙은 미희와 만나 연기하는 게 정말 어려웠었다. 상대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상태고, 최신부는 다가가려고 하는 상태니까. 벽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챙겨주셨다. 배울 점이 많았다.
김윤진에게 배운 것은?
- 극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것. 대본은 읽었지만 제가 예상하지 못한 강도나 연출이 있으면 제가 리액션이 조금 덜 나오거나 강하게 나오더라. 윤진 선배가 ‘가편집 좀 볼래?’라고 제안해주셨고, 연기를 보면서 오류를 발견해 고쳐나갔다.
최신부는 빈 곳이 많은 캐릭터다. 전사를 채워 인물을 만들었는지, 텍스트 그대로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 평소의 저는 빈틈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신부는 그 빈 곳을 그대로 놔뒀다. 너무 많은 힌트를 주는 느낌일 것 같아서다. 연기하면서 불친절하게 연기하려고 했던 것도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연기하는 방식을 바꾼 셈이다
- 바꾸기보다는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할까?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걸 담지 않고 지저분하지 않게, 깔끔하게!
앞으로의 연기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까?
- 그렇지 않을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캐릭터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감독님께 의견을 피력하는 편인가?
- 그런 편이다. 감독님이 제안한 연기도 해보고, 제 방식대로도 해보고. 더 나을 버전을 찾아가는 거다.
연기적인 방식만 바뀐 게 아니라 캐릭터 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거쳤는데
- 이제까지는 선한 역할을 많이 해봤다. 다음에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 이미지 변신을 거치고 싶다고 할까? 사람들이 보는 저의 모습이나 생각이 있으니까,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몰입에 방해가 갈 거로 생각해서 악역이 아닌 선한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악역을 하려면 정말 많은 준비를 거치고 완벽하게 변신해야 할 것 같다.
옥택연에게 ‘시간위의 집’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독특한 장르? 스릴러만이 아니라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이 신선했다.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결국 드라마인 걸로.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이뤄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이제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다
- 걱정은 늘 있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니까 빨리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 군대 다녀온 이후에는 여러 가지 면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 그때는 그때의 택연이가 알아서 할 거다.
정말 소처럼 일해 왔다. 20대를 일만 하며 보낸 것 같은데
- 저도 좀 쉬고 싶다. 다른 배우들은 영화를 찍은 뒤에 휴식기를 오래 가지더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데 저는 작품 끝나면 앨범 내고, 앨범 활동 마치면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힘들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은 마음이 들더라. 20대만이 누를 수 있는 장점이 아닐까?
이번 작품으로 받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 어떤 분이 그런 이야길 하셨다. ‘20대는 복싱 게임이다. 1라운드부터 OK 시키려고 하면 결국 나가떨어지는 건 나다. 꾸준히 잽을 날려야 한다’고. 그 말을 인용해서 ‘시간위의 집’은 잽을 잘 날리는 영화길 바란다.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만 들어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