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문재인의 운명’ 중 일부)
마지막 여정에 나섰다. 4년4개월 만이다. 이 또한 운명이다. 한 번은 실패했다. 더 이상의 낙선은 없다. 핵심은 ‘어게인(Again) 노무현’이 아닌 ‘비욘드(Beyond) 노무현’이다. 대권 재수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얘기다.
문 후보는 19대 대선을 보름 앞둔 24일,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를 전국 곳곳에 떨어뜨렸다. 그가 써내려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누군가에게 마지막 비상구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절박하다.
문 후보는 본지와의 대선후보 인터뷰에서 “영·호남 등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87년 체제의 부정적 유산물인 1노3김(一盧三金)의 영·호남·충청 지역구도의 구체제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다.
18대 대선 당시 문 후보는 호남(광주 92.0%·전북 86.2%·전남 89.3%)에서 9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영남(부산 39.9%·경남 36.3%·울산 39.8%·대구 19.5%·경북 18.6%)에선 편차가 컸다.
문 후보는 차기 정권의 최대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문 후보는 “저성장·저출산·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국가 위기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일자리 문제”라며 “당선되면 곧바로 일자리 100일 플랜을 실시하고,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후보와의 일문일답
-5·9 장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박정희 구체제’와 ‘87년 체제’ 이후 신질서를 꾀하는 정초선거다. 최근 적폐 청산 프레임 대신 국민통합 행보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이 구상하는 차기 정부의 제1원칙은 무엇인가.
“촛불민심을 받들어 부패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심판과 국민통합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통합은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점철된 낡은 시스템을 청산해야 가능하다. 이념과 지역, 세대와 빈부의 차이에 의한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마무리 짓겠다. 영·호남, 충청과 강원, 제주와 수도권까지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사상 첫 국민통합 대통령이 돼서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
-대선은 회귀적 투표의 총선과는 달리 미래 지향적 선거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은 시대정신의 장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때는 ‘건국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산업화’, 김영삼(YS)·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다. 민심 현장에서 느낀 2017년 체제의 시대정신은.
“국민이 요구하는 대의는 정권교체다. 시대정신은 부패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전국의 유세현장에서 ‘정의로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린 특권과 반칙, 부정부패, 정경유착, 권력 사유화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
◆“두 국민 정치 없다··· 난 검증 통과한 든든한 후보”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해 ‘정권연장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편 가르기 논란도 일고 있다. 이른바 ‘두 국민’ 정치에 대한 비판이다. 문재인식 통합 정부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두 국민’은 없다. 국민들은 부패 기득권 세력에 의해 구축된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 시스템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과 정권연장을 꾀하는 부패 기득권 세력의 대결이다. 반칙과 특권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세울 수 있나. 그것은 과거에 머물자는 봉합일 뿐이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하는 협치의 국정운영을 펼쳐 나가겠다.”
-최대 경쟁자는 안 후보다. 왜 ‘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정권연장을 꾀하는 부패 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받는다. 진짜 정권교체 후보와 가짜 정권교체 후보의 대결에서 국민들께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명확하다.”
-대통령 직책을 수행할 역량과 국정경험 측면에선 어떠한가.
“지난 4년간 치열하게 준비했다.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든든한 후보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을 운영했다. 당 대표로서 당을 혁신한 경험도 있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대통령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주도적 협치가 가능한 원내 1당 후보다. 또한 지역과 이념, 세대를 뛰어넘어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지지율 1위 후보다.”
◆“靑에 일자리 상황판 만들 것··· 4차 산업혁명 육성”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이 있다면.
“일자리다. 일자리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 위기의 출발점이다. 저성장·저출산·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국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일자리 문제다. 반드시 해결하겠다.”
-구체적인 각론이 궁금하다.
“당선되면 곧바로 일자리 100일 플랜을 실시하고,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 (또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겠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은 가능한가.
“경찰·소방·부사관·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등 국민의 안전과 교육, 복지, 국방을 책임지는 일자리 17만4000개를 만들겠다. 보건·의료·요양 등 공공서비스 분야 일자리 34만개와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하고 있는 안전 관련 업무 등의 직접고용 전환 및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30만개 내외의 일자리를 확충할 것이다.”
-민간 일자리 영역을 도외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을 마중물 삼아 민간부문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인 노동시간을 줄여서 새로운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할 것이다. 또한 일자리의 보고인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겠다. 공정임금제 도입을 통해 대기업 노동자의 60% 수준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중소기업의 신규채용 부담을 덜어주는 ‘추가고용 지원제도’를 신설할 것이다.”
◆“새정부, 일자리 문제에 역량 총동원”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투표일 전 공개할 의향이 있나.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함께할 충분한 인재풀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분들이 합류하고 있다. 부패 기득권 세력 심판과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걸맞은 경륜과 신망을 갖춘 분에게 중책을 맡길 것이다. 다만, 지금은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발표할 단계가 아니다. 당과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문 후보의 인사시스템 철학은 무엇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권력의 사유화 때문이 아니었나.
“출신과 지역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없애겠다. 도덕성과 능력에 따른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다. ‘인사추천 실명제’ 등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구축, 권력이 아닌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
-차기 정부의 우선순위가 궁금하다. 이는 조직개편과 맞물린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부처는 어디인가.
“첫째도, 둘째도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실’을 설치하겠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 민간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관련 정책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
◆“당선되면 대통령 주재 與野政 협의체 상설화”
-지난 대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심 후보와의 민주진보 연립정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연합정부를 골자로 하는 연대를 제안할 생각이 있나.
“심 후보는 이미 완주의 뜻을 밝혔다. 지금 연대와 연정을 거론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협치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와 민생현안을 해결하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상설화해서 소통과 협치에 앞장설 것이다. 압도적 정권교체로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추구하겠다.”
-대선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안보 위기론도 증폭하고 있다.
“안보도, 외교도, 경제도, 정치도 위기인 총체적 국가위기상황을 극복해 내겠다. 국정운영은 연습이 없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라는 과정도 없이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충분히 준비된 후보가 아니면 위기 수습은커녕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탄핵 정국과 촛불 정국으로 국민적 피로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보름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국민께 결전의 의지를 밝혀 달라.
“국민들께서 세계사에 유례 없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셨다.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무거운 명령을 주셨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권연장을 노리는 부패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고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