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윤정훈 기자 = '야인(野人) vs 경영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가(家) 경영승계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부터 6년 동안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웨스트 타워를 새롭게 개관했고, 경복궁 옆 송현동 복합문화단지 건설에도 힘썼다.
하지만 그의 경영 공백으로 2년 만에 호텔사업은 고스란히 동생인 조 전무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최근 조 전무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또 오는 6월 미국 LA 윌셔그랜드 호텔 개장식의 테이프 커팅도 오롯이 조 전무의 몫이 됐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그룹의 역점 사업 완성을 앞두고 호텔사업 수장으로 조 전무를 앉히며 경영승계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조 전무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한진그룹 자회사인 한진관광과 정석기업에 이어 칼호텔네트워크까지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직을 꿰찼다. 그룹 내 입지는 확대됐고, 만 34세 최연소 임원이지만 그의 경영능력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전무는 앞으로 '항공-호텔-관광' 사업을 3대 축으로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반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그는 2014년 12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로 구속됐다가 이듬해 5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풀려났다. 검찰이 상고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후 그는 그룹 내 8개 주요 직책에서 물러난 뒤 쌍둥이의 엄마로, 한 가정의 아내로 살고 있다. 또 서울 동작구의 한 보육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1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보육원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아이들도 '키다리 선생님'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며 잘 따른다”며 “지난 설에는 조 전 부사장이 아이들에게 직접 과자를 포장해서 선물하고 선생님들에게는 마스크팩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