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거창군은 거창국제연극제를 강탈하기 위해 거창국제연극제를 태동하고 발전시켜 온 연극인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모든 지원을 점진적으로 중단시키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로 자행한 문화탄압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이종일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장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거창국제연극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89년 시월연극제를 모태로 시작돼 29년의 역사를 지닌 거창국제연극제가 위기를 맞았다. 축제 주최를 두고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이하 진흥회)와 거창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이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와 ‘2017 거창국제연극제’를 각각 같은 기간에 개별 개최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종일 회장은 “거창군은 지난 3월 진흥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 1억5000만원을 받지 못하도록 문예위에 악의적 공문을 보내는 등 온갖 방해와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기업과 뜻있는 후원인, 연극인들의 도움으로 축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거창군이 만든 문화재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2017 거창국제연극제’를 개최하지만 재단법인은 원칙상 중앙기금의 국비와 도비 예산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진흥회가 국비와 도비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거창군의 치졸한 방해란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문화재단의 예산 규모도 지적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거창국제연극제 예산은 국비 3억원, 도비 2억원, 군비 3억원으로 잡혔지만 전부 반환했다. 군 예산이 3억원밖에 안 되는데 문화재단에서 올해 행사를 치르는 데 예산을 8억원으로 잡은 것은 심각한 예산 낭비다”라고 꼬집었다.
진흥회 측은 결국 거창군이 거창국제연극제를 소유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박원묵 진흥회 부회장은 “거창국제연극제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오며 사이즈도 커지다 보니 거창군이 탐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제를 두고 진흥회와 거창군의 갈등이 격해지자 군민들의 민심도 안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한 지역 내에서 두 개로 나뉘어 밥그릇 다툼을 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진흥회는 거창국제연극제의 행사 진행을 진흥회가 맡고 예산집행을 거창군이 맡는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거창군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