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모범사례 될 수 있을까

201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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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 지원으로 생존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번 사안이 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모범사례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계는 이번 결정이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목표로 기 지원해온 정책이 실패한 데 대해 회사 임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한 게 아니라, 채권단도 스스로 그 일부를 떠안았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에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담보를 회사의 자산으로 할 때에는 ‘물적담보’, 연대보증을 선 사람의 이름을 대고 빌릴 때에는 ‘인적담보’라 칭한다. 물적·인적담보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을 때에는 채권단의 관리와 감독에 따라 회생절차를 받아가며 자금을 지원 받는다.

채권단이 경영에 직접 개입해 담보권을 행사하는 이러한 형태는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대부분의 기업들에 적용되어온 보편적인 형태의 지원이었다. 공식명칭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시스템 담보’라고 부른다.

산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담보의 핵심은 채권단이 경영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통상 담보물을 갖고 있는 사람은 운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시스템 담보는 담보권자가 직접 기업을 운영한다”면서 “경영관리단과 별도로 회사의 빠른 회생을 위해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회사의 경영을 위임하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모그룹 해체 후 채권단 관리체제로 지난 2000년 출범한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채권단이 선임한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조직표상으로는 경영의 책임은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하지만 시스템 담보 체제에서 책임은 담보물 운영자인 채권자가 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문경영인과 함께 채권단이 선임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경영관리인으로 두고 자금 흐름을 철저히 통제해왔다.

하지만 시스템 담보 체제는 경기가 지속적으로 호황일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유사 이래 최대의 조선업 호황을 바탕으로 2000년부터 10여년 동안 채권단의 지원금 상환계획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문제는 2010년대부터 전 세계 경제가 선진국·후진국 가릴 것 없이 동반 불황의 늪에 빠지자 시스템 담보 체제의 맹점이 드러났다. 모든 수주산업 경기가 바닥으로 급락하며 저가 출혈경쟁이 벌어졌고, 제조와 금융을 내세운 중국 제조업의 전방위적 공세도 위기를 키운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성장이 멈추자 시스템 담보식 체제는 문제를 드러냈다. 돈을 벌지 못한 기업들이 채권단의 자구계획을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자 채권단은 기업 신용도를 낮추고, 지원금 조기 회수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대를 기록했을 때에도 빚을 갚느라 수중에 남은 돈이 없었는데 경기가 불황으로 빠지니 수익을 낼 수 없고, 그나마 벌어온 돈도 이 같은 상황에 쓰느라 주머니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채권단은 방만 경영의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돌리고 운전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라며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주장했다. 자금 상환과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와 설비를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임금 삭감 또는 반환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부족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속적으로 부실한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서 비롯됐다. 시황이 정반대로 급변했지만 여전히 성장에 기반을 둔 자구계획에만 매달린 채권단의 고집이 벌인 결과라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1차 책임은 당연히 기업이지만 기업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채권단도 책임을 져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 결과는 채권단도 기존 시스템 담보 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채권단이 경기불황으로 인해 일시적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에 대해 중장기적 시점에서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자구계획을 추진한다면 기업들은 반드시 더 큰 성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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