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간 힘겨루기는 서울시의 버티기에 행자부의 직권취소로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최근 대법원에서 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결론을 냈다. 서울시의회에 유급 보좌인력을 두는 것은 위법하다며 행자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방자치법은 물론 다른 법령에서도 지방의회의원에 대해 전문위원이 아닌 유급으로 보좌인력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시의회는 이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추후에 관련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유급보좌관제를 관철할 방침이다.
어찌 보면 중앙·지방정부 간의 다툼에서 큰집이 다소 앞선 내공으로 이긴 것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절대 간단하지 않다. 요점은 지방자치와 지방의회가 성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큰집의 그늘에 가려 제 역할을 못한다고 풀어보겠다.
많은 시의회 구성원들과 견제·감시 대상인 서울시 집행부까지 나서 힘을 실었다. 지방자치와 지방의회가 한층 성숙해지려는 시도인 점에 공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자부 역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정부 입장과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관철시켜야 한다. 설사 비현실적이더라고 그것이 본래 기능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서울시 누구도 잘한 것이나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당장 법정에서의 승패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변화되도록 상호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헌법은 1987년부터 30년 동안 그대로이다. 급변화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목은 올해 22년째를 맞은 지방자치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여전히 지방재정이 중앙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재정자립도는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교부금이나 보조금은 정부가 지방을 통제하는 대표적 수단이라고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지금의 현실은 '반쪽 지방자치'에 처했다고 꼬집는다.
이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중앙·지방 간 권력의 견제 및 균형, 기능과 역할 분담을 실현할 수 있는 '수직적 분권' 개헌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입법·행정·재정 등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지방에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이 구조상으로 위·아래가 아닌 대등한 위치일 때 실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룰 것이라고 봤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수차례의 법률 제정과 제도 정비로 지방자치를 형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1947년 헌법 및 지방자치법의 시행으로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섰지만 그 완성도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헌법상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명기하고, 지방자치 조직은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이원제로 구성했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분리원칙에 따라 양자가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 여기서 우리의 지방자치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일까. 얼마나 빠른 시일에, 바른 내용으로 개선하느냐가 중앙·지방정부 및 국민이 고민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자신이 속한 지역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둔다. 영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브라이스( James Bryce)는 "지방자치란 민주주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는 명제를 입증해 준다"고 했다. 정부의 권한은 나누고, 지방이 책임을 키우는 게 우리의 지방자치가 나아갈 길이 아닐까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