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혁신 전문가로 불리는 로버트 G. 쿠퍼 교수는 그의 저서 ‘신제품 개발 가이드’에서 "오늘날 기업 수익의 4분의1 이상인 28.3%는 3년 전에는 팔지 않던 제품에서 발생하며, 일부 역동적인 산업에서는 100%까지 이른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신제품’은 3년 내에 출시된 제품을 지칭한다.
신제품 성공의 핵심 조건은 ‘혁신’이다. 수많은 기업의 눈부신 성공과 부는 바로 제품혁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실패에 따른 위험도 매우 크다. 신제품 개발에 실패해 회사가 무너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오죽하면 “혁신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겠는가.
쿠퍼 교수는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선도 기업이 되려면 ‘기술발전’에 빠르게 적응하고, ‘과자가게에 들어간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신제품의 품질 향상을 기대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 50년 동안 4분의1이나 짧아진 ‘제품 수명 주기’에 맞춰 수년 또는 수개월 안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통하는 경쟁력 있는 ‘월드 스탠더드’ 신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투자했지만 모든 혁신 제품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쿠퍼 교수를 비롯한 경영학 교수들이 혁신제품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연구한 결과, 통상 기업들은 신제품 아이디어 7개 중 4개를 개발하지만 이 가운데 1.5개만 출시하며, 성공한 것은 겨우 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하지만, 이후 단계에서 대부분이 시장을 객관적으로 꿰뚫어 보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잠재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패착을 반복하다가 실패의 나락에 빠져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도박보다 복잡하면서도 낮은 성공률 때문에 신제품 개발은 기업에 있어 가장 위험한 활동이다.
삼성전자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2017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공개한다. 지난해 8월 2일 ‘갤럭시 노트7’에 이후 8개월여 만에 공개하는 진정한 ‘신제품’이다. 갤럭시S8은 아마도 역대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장 공을 들인 역작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쿠퍼 교수가 제시하는 혁신제품 개발과 가장 흡사한 과정을 거쳐 신제품을 개발했고, 성공률도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발화사태로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삼성전자의 상처가 컸던 이유는 ‘갤럭시S’,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당해연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선도제품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혁신의 차별화’가 중요하다. 혁신의 차별화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유행을 창조해야 한다. 갤럭시 노트7을 통해 제시한 혁신의 차별화가 관심을 모으면서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예기치 못한 사태로 좌절을 겪었다. 스마트폰 혁신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실망감이 확산됐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갤럭시S8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선도제품으로 복귀할지 여부를 재는 바로미터이자 스마트폰의 새로운 혁신이 재개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분수령이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재해석한 스마트폰 혁신의 차별화 요소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얼마나 불러일으키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더 나아가 스마트폰 시장은 또다시 냉각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시장의 관심은 매우 빨리 달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최악의 위기에서 태어난 갤럭시S8이 성공한 1개의 신제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