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21시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문제가 5월 9일 '장미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각 당 대선주자들은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면서도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문제는 대세론을 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론을 흔들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각종 개혁 문제도 뒷전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휘발성 강한 이슈다.
폐족 위기에 처한 친박 세력은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은 큰 영애가 진보 세력에 의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부각하면서 그를 애국보수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로 추앙하고 있다. ‘박근혜 동정론’을 확산시켜 태극기로 무장한 친박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부활을 꿈꾸는 것이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동정론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고, 친박 지지층은 물론 중도보수층의 흡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지난 70년 동안 쌓여온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박정희 시대에 대한 적대적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친박 지지층과 극우 보수 세력의 분노와 좌절을 부추겨 국민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크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두고 검찰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사건을 재수사를 요구한 것도 프레임 전환 전략의 하나다.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장 사상 최초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사건과 동일하게 치부하면서 친노 세력의 도덕성에 정치적 치명타를 안기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연이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위 높은 독설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모두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이자 후예다. 따라서 1, 2위 주자를 끌어내리는 효과와 함께 친노 및 진보 진영과 각을 세우는 보수 진영의 투사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게 홍 지사의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 사법 처리와 관련,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측은 ‘신병 처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이재명 성남 시장은 특히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박근혜 구속 주장을 한 번도 안 하고, 아니 구속 주장을 반대하고, 명예로운 퇴진을 말하고, 사면불가 약속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가 그랬듯이 촛불혁명이 권력자만 바꾸고 삶과 세상은 그대로인 또 하나의 미완혁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 주목된다.
엠브레인이 YTN의 의뢰로 지난 15일 실시하고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65.8%로 3명 중 2명 정도였고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0.5%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