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인천국제공항)이창환 인턴 기자 = “언론보도 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요. 여행 오는 중국인이 없으니 택스리펀 위치를 물어보는 사람도 없어요.”
중국 당국이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해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한 지 이틀째인 16일 오전, 공항 이용객에 길을 안내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전했다.
유커를 기다리는 가이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중국어로 된 환영 문구가 적힌 팸플릿 역시 종적을 감췄다. 베이징·항저우 등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해도 게이트에서 나오는 유커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두세 명 단위의 개별 관광객들만 간간이 지나갔다.
공항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세관 신고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원은 “어제 중국인 여행객이 딱 10명 왔었다”며 “지난 1·2월의 경우엔 하루 종일 바빠서 못 쉰 적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한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오히려 태국인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을 자주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발장과 중국 항공사가 위치한 3층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개별 중국 관광객의 모습만 보일 뿐 여행을 마친 후 무리를 이뤄 쇼핑한 상품을 캐리어에 정리하는 유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 항공사 앞에서 티켓팅을 위해 웨이팅 리스트를 넘어 40~50m씩 줄 지어 기다리는 관광객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비행기 표를 구매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일부 항공사에서도 단체 탑승을 위한 카운터 앞은 찬바람만 불었다. 상황이 이렇자 출발장에서는 승객들은 기다림 없이 바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중국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전부터 확 줄었다. 특히 단체 승객은 거의 없다”며 “중국에서 출발을 못 하니 돌아가는 사람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중국 여행사의 한국 여행 상품이 사라지면서 유커 중에서도 단체 관광객의 감소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항공사 직원 역시 “아침에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1000여명 정도 왔었는데, 조금씩 줄다가 사드 이후로 확실히 줄었다”며 “특히 단체 관광객은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환전소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위안화를 들고 오는 사람이 없었다. 신한은행 환전소 직원은 “일주일 전부터 환전소를 찾는 중국인들이 확 줄었다"며 "기존에 10명이 왔다면 이제는 1명 정도 찾는 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