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실패자 마윈

2017-03-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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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중국의 사업가 마윈은 실패자다. 정확히 말하면 수도 없이 실패했던 사람이다. 거듭된 실패를 딛고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했고, 수없는 실패를 딛고 2014년 알리바바를 뉴욕증시에 상장시켰다. 1999년 창업 당시 18명이었던 임직원이 지금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알리바바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2606억달러(약300조원)에 달하며, 우리나라 네이버(27.1조원)의 11배, 현대자동차(32.7조원)의 9배에 이른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경험했던 실패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성인이 되기 이전의 좌절과 실패는 별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는 원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했고 재수를 했다. 대학입시에도 두 번이나 떨어졌다. 영어는 잘했지만 수학 점수가 말썽이었다. 첫해에는 1점, 두 번째는 19점, 세 번째는 79점을 받아 항저우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합격했다.
대학 입시에 낙방한 후 호텔 입사 면접에 들어갔지만, ‘서비스업에 부적합한 외모’라는 이유로 낙방했다. 162cm, 45kg의 왜소한 체격에 얼굴도 호남형은 아니었다. 호텔 대신 잡지사에 들어가 주경야독으로 3수를 한 끝에 대학생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마윈이 성인이 되기 이전에 경험했던 4번의 실패가 그를 단련시켰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알리바바를 세우기 전에도 이미 3번의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대학 졸업 후 항저우전자공업대학 영어강사로 취업했지만 오래있지 못했다. 1992년 항저우에 ‘하이보(hope translation) 번역회사’를 차렸고, 1995년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을 대행해주는 ‘황엽’(China Yellow Page)을 설립했다. 1997년에는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와 공동으로 ‘온라인 중국상품거래시장’ 제작과 사업에 참여했다. 이러한 실패 경험을 밑천 삼아 알리바바를 세웠다.

1999년 알리바바 창업 이후 2014년 뉴욕 상장에 이르기까지도 수많은 실패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창업 이후 1단계 도약을 위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접촉했던 4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딱지를 맞았다. 그런 역경을 딛고 골드만삭스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각각 500만달러(약 57억원)와 2000만달러(약 230억원)의 거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승승장구하던 알리바바에 급브레이크가 두 번 걸렸다. 겁 없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웠다가 돈만 날렸고, 또한 준비 없이 ‘야후 차이나’를 인수하고 검색분야에 진출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런 실패 속에서 알리바바는 밖으로 나가기 전에 먼저 내실부터 키워야 한다, ‘전자상거래’라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e)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위에 언급한 것만 열 번이나 되는 좌절과 실패 위에서 오늘날의 마윈과 알리바바로 성장했다. 마윈의 ‘실패관’은 ‘2014년 월드 인터넷 콘퍼런스’에서의 연설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알라바바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 사실 1995년 내가 세웠던 황엽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수많은 실패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지금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큰 나무라도 그 밑에는 자양분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큰 자양분은 이 시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실패에서 나온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윈이 실패를 극복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소위 ‘안 되면 되게 하라’ 방식이다. 그가 대학입시를 세 번 봤을 때 그의 수학점수가 1점, 19점, 79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는데 마지막에는 수학공식을 모두 외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는 영어를 잘하겠다는 일념 하에 집근처 관광지 서호(西湖)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매일 만나러 갔다. 관광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고, 항저우 사범대 영어교육과에 들어갔으며, 그의 고향 항저우에서 최고의 영어강사로 알려졌다.

그는 수학을 못했고 IT(정보기술(와 컴퓨터를 잘 모르지만 요즘 알리바바는 첨단 인공지능(AI)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그가 ‘항저우 전자공업대학’의 영어 강사로 있는 동안에 전기, 전자, 컴퓨터 분야의 동료 교수 및 제자들과 사귈 수 있었다. 마윈의 열정과 도전정신에 매료되었던 야후와 소프트뱅크, 실리콘밸리의 인재들도 그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네트워크가 되어 줬다. 부족한 분야는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여 최적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만만해 보이는 마윈이지만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보다도 키가 작은 마윈이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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