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교훈

2020-02-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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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20년 한국경제가 길고 어두운 터널을 드디어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말이다. 작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왔고, 올해 상반기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예정되어 있다. 작년 11월과 12월 2개월 연속 생산, 소비, 투자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에 크게 감소했던 수출도 2020년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서 불거진 몇 가지 이슈를 보자.
먼저, 신종 코로나는 얼마나 위험한가? 지금까지 언론에 소개된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전염력은 2003년 유행했던 사스처럼 빠르고 강하지만, 치사율은 2% 정도로서 사스(10%)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감염 후에도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는 점이다. 환자의 기침이나 대화를 통해 전염되므로 외출 시에는 꼭 마스크를 하고 손을 자주 씻으면 된다. 과도한 공포심은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다.

둘째, 중국은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가? 엄청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다. 우리 경제가 수출과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작년 수출의 25.1%가 중국으로 향했으며, 미국(13.5%)의 2배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여러분이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분이라면, 솔직히 중국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물론 경제 및 외교 차원을 두루 감안한 적절한 조치를 믿어줄 필요가 있다.

셋째,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얼마나 될까?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만약 5천만 국민 모두가 외출 시에 마스크를 쓰고, 아무런 위축됨이 없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한다면 큰 파장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2003년의 사스, 2015년의 메르스 사태를 참고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2% 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2.4% 정도로 예측했는데, 그 수치가 2.2% 정도로 내려간다는 얘기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그동안 갖춰 놓은 보건의료 인프라, 관련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정부와 국회의 지원, 언론, 국민 등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넷째, 쏠림 현상의 위험성이다. 작년 여름 일본 정부의 느닷없는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진 바 있었다. 해당 기업들은 물론 정부와 국민 모두 핵심소재와 부품의 수입처를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슬기롭게 대처하여 고비를 넘겼다. 이번에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조업중단이 길어짐에 따라 중국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조업 단축이 불가피하다고 알려졌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기계, 전자, 철강, 화학 등 여타 산업에서도 중국 쏠림현상에 따른 위험이 노출되었다. 따라서 주요 국가로 소재와 부품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 공급선 관리(SCM)의 중요성이 한 번 더 부각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특정 지역의 바이러스가 금방 비행기, 자동차, 기차, 배를 통해 세계로 전파된다. 어느 한 나라만 조심한다고 막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경제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 경제는 특히 더 그렇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수출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관세청 발표를 보면, 우리의 수출 대상국 순위는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대만, 인도, 싱가포르,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이다. 전통적인 우방국가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과 두루 원만하게 지내야 경제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

궁극적으로 이번 위기도 수없이 닥쳐올 위기 중 하나다. 위기를 극복해야 강한 기업이 된다. 고난을 극복해야 강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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