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터키 외교장관 입국 금지령 이후 터키와 네덜란드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터키의 '나치' 발언으로 인해 유럽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번 갈등을 촉발시킨 유럽 원정 집회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외교 갈등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 "가뜩이나 예민한데" 나치 발언에 유럽 반감 고조
프랑스의 유력 대선 주자인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이번 발언은 터키 정부의 도발이며 프랑스는 다른 유럽 파트너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극우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와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 후보도 프랑스 내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며 터키의 나치 발언을 비난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도 이번 달 20일 예정됐던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의 자국 방문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가 유럽 역내 국가인 네덜란드에 대해 수위 높은 타격을 가한 상황에서 양국 간 만남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은 네덜란드 정부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의 네덜란드 입국을 막은 데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런 대응은 나치의 잔재이며 파시스트적 행위"라고 비난한 데서 촉발됐다. '나치'가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단어인 만큼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유럽 내 반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 "개헌 위한 장외 투쟁 계속" 터키 고집에 장기 갈등 우려
유럽의 반발이 거세지는데도 터키는 원정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터키 정부는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놓고 다음달 16일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찬반 여론이 팽팽해지자 재외국민투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터키 정부는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유럽을 찾아 개헌 지지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개헌안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가 터키 정부의 집회를 불허했다. 터키는 원정 집회를 거부할 경우 단교 카드까지 꺼내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방국가의 터키 끌어안기가 한계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소흐랍 아마리 논설위원의 글을 통해 "터키 주재 독일 특파원 구속, 막무가내식 원정 집회 등의 상황을 볼 때 서구 국가들은 터키가 믿을 만한 일원인 판단해야 한다"며 "터키가 이란과 중국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면 예전으로 쉽게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유럽 내에서는 관계 이익을 고려할 때 터키와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말고 진정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정부는 이번 갈등이 고조되길 원하지 않으며 터키가 이성적인 상태로 돌아오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