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바른정당의 정병국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10일 일괄 사퇴를 선언하고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인용을 최종 결정한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 의원총회'에서 "당세의 확장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고자 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어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사퇴가) 새로운 인물에 의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 대표의 사퇴 선언에 동료 의원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뒤이어 약 2시간 가량의 비공개 의총이 이어졌고, 홍문표·이혜훈·김재경·오세훈·정운천·박순자 의원 등 6명의 최고위원도 정 대표와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 대표가 사임을 표시한 것에 대한 의견들을 공유했고, 함께 했던 최고위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도체제 공백을 막기 위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이종구 정책위의장과 함께 지도부로서 당을 이끌기로 했다. 바른정당의 당헌 23조에는 당 대표가 사임 등으로 궐위 시,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게끔 돼 있다.
정 대표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헌재가 판결한 오늘, 우리 바른정당은 올바른 평가를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이날 이뤄진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었다고도 밝혔다.
정 대표는 "오늘 탄핵 선고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결국은 정치를 하면서 우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하는 걸 깨닫게 됐고, 탄핵이 결정된 후 일어났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제대로 된 적통 보수정당이 있어야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우리가 하고자 했던 뜻들이 가려지고 왜곡돼선 안 되겠다, 거기에 제가 직을 던짐으로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거라도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