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디터 이수완] 아프리카 하면 우리에게 두 개의 상반된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하나는 가난과 가뭄, 내전, 질병으로 고통을 한 몸으로 겪고 있는 ‘절망의 대륙’이다. 또 하나는 금과 다이아몬드 석유 등 각종 ‘자원의 보고‘이며 ’미래의 거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다.
최근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는 한국 경제는 중국과 미국의 의존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억 이상의 인구에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비동맹 외교로 1950년대부터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급속하게 확대해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CACF)에 참석한 뒤 3년간 (2016~2018년) 농업현대화, 인프라 확충, 금융 서비스 발전 등 10대 프로젝트에 600억 달러를 투자해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을 약속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재 경제발전과 인프라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2015년 기준 무역 규모가 2000년 대비 22배나 늘어난 2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아프리카 대륙과의 무역 규모는 2015년 기준 189억 달러에 불과하다.
일본은 1993년부터 5년마다 자국에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개최했다. 작년 8월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회의를 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 회의에 참석, 3년간 300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도 2008년부터 3년마다 인도와 아프리카를 번갈아가며 인도-아프리카 정상회의(IAFS)를 개최할 만큼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아프리카의 인프라 시설 구축을 위해 5년간 100억 달러 양허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프리카는 급속한 인구증가와 더불어 교육과 기술 발전이 속도를 내면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인구 10억의 아프리카에서 구매력이 연 5,000달러 이상인 소비자는 현재 9천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20년에는 1억2천8백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 요소가 차츰 제거되고 경제성장과 근대화가 본격화 되면 머지않아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주요 경쟁국가에 비해 아프리카 진출이 너무 늦었고 미약한 수준이라 아프리카에서 기대하는 성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진출을 모색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정 불안과 취약한 금융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을 맛보았다.
최근 필자가 만난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이어야 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꾸준하게 기반을 먼저 다지는 기업들에게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일구어낸 경험이 있다. 우리의 개발 경험을 아프리카와 공유하는 것이 좋은 접근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카투자와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아프리카를 선점한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조가 매우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민간기업 뒤에 정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들에게 아프리카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아프리카 관계 발전을 연구를 하는 학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너무 늦기 전에 정부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