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드 해법은 공감(共感)능력을 키우는 것

2017-03-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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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등 외교 핵심포스트에 중국전문가 없어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주한 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급물살을 타자 중국 정부의 반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롯데를 비롯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예상했지만 그 파고가 너무 높아서 허둥대는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사뭇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중국 정부의 과도한 대응 때문이라며 중국 측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려 할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중 두 나라의 대립과 갈등 조짐은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드 문제가 갑자기 생긴 외생변수처럼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대응을 두남두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국민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에게 충분하게 사전에 설명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가 늘 강조하는 외교라인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어느 정부보다 더 돈독하다는 한-중관계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중국을 제대로 보자는 특별기획을 하면서 만난 국내의 중국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정부가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중국 관련 정책을 협의하다보면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 외교의 핵심 포스트에 중국 전문가가 없다는 말로 들렸고,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외교 전략이 수립된다는 말로도 들렸다. 이럴 경우 전략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마땅치 않다.

사드 배치가 북한 핵이나 미사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면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사전 설득 작업이 충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6자회담 재개 등의 외교적 수단을 강구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했다.

사드 배치는 그야말로 사후 조치다. 만일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쏘게 되면 한반도 상공에서 격추시키는 방어시스템이다. 군사적 측면인 것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대를 향해 힘으로 맞서면 필연적으로 군비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를 사전에 막는 것이 외교다. 외교의 기본은 신뢰이다. 상대가 있는 협상이어서 서로가 손해 보지 않았다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외교만큼 승리라는 단어가 적합지 않은 분야도 없을 것이다. 제로섬 게임의 속성상 한 곳이 이익이면 상대는 손해라는 생각이 일게 마련이다.

실제 이익이 있었다고 해도 겉으로는 손해를 본 척, 못마땅한 척 해야 하는 것이 외교다. 그래서 명분에 치우치지 않고 실리를 얻는 것이 외교의 최종적인 목표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중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공개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물밑 접촉을 거론하지만 지금 중국 정부가 보이는 태도로 미뤄볼 때 물밑 접촉도 흐지부지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나라의 수많은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너무 조심스럽게만 다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때다. 양국은 공식 외교라인 뿐 아니라 수많은 민간의 대화 채널이 있지만, 사드를 공론화한 적은 드물었다. 

그만큼 예민하고 접근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예민할수록 더욱 공론화의 장으로 끄집어 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마침내 공감(共感)할 수 있는 영역을 도출해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론화가 어렵다고 피해 다니다 결국 이 꼬락서니를 당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내 여론을 앞세워 사드 배치를 전격적이고 돌발적이며 일방통행 식으로 전개한 것에 대한 보복을 기업과 국민이 받고 있다.  

국내의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사드의 해법은 다음 정부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의 해법이지만 지금으로선 답답하다. 당장 피해를 보고 있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이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속에 불이 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두른 정책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생길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공청회 등을 통해 피해 대책이 사전에 마련돼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면 설득의 노력을 배가시키고,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에 대해서도 직접 중국과의 협상에 나서도록 채근해야 한다.

사드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중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중 두 나라의 패권이 한반도에서 맞붙은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많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외교적 실행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고래 싸움에 한국이라는 새우의 등이 터져나갈 지경에 이르렀다.

근대 역사에서 우리는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더 이상 잘못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라도 청와대와 외교부는 서둘러 사드 문제에 집중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지 않는가.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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