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측의 보복이 갈수록 강경해지자, 롯데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은 5일 오후 4시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중국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롯데그룹을 비롯한 중국 진출기업의 피해와 기업활동 위축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전 주재원과 상시 대응체계를 갖추고 롯데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실제 롯데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은 위험 수위를 넘은 상황이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롯데마트 샤오산점은 공안소방당국의 점겸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날부터 영업정지 상태다. 앞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둥강시에 소재했던 롯데마트 두 곳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영업이 잠정중단 됐다.
앞서 롯데의 한 유통 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옥상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 앞 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일부 식품사는 중국 내 온라인쇼핑몰 재입점 심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았고, 거대 쇼핑몰 ‘징둥(京東)닷컴’은 지난 1일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롯데는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의 유통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을 비롯해 제과·화학·관광 등 한 해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계속되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사업이 올스톱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롯데가 3조원을 들여 추진 중인 ‘선양 롯데타운’ 사업 중 ‘롯데월드 선양’의 공사가 지난해 말 중단된 것도 중국 측 보복의 전초전이란 시각이 많았다. 중국에서만 6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중국 국가여유국이 여행사를 통한 한국행 에약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롯데의 피해는 국내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한차례 중국발 해킹 사태로 5억원의 손실을 낸 롯데면세점의 경우, 시내면세점과 공항 면세점을 더한 전체 매출의 70%를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이 약 6조원인 만큼 70%인 4조2000억원이 중국인 주머니에서 나왔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전체 거래액 15조원 가운데 2.5%인 3750억원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 지출했다. 중국 현지와 한국을 합쳐, 롯데의 사드 피해규모는 10조원을 능가하는 셈이다.
롯데는 경제적인 보복 못지 않게 불매운동 등 중국 현지의 반한감정이 분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크다. 일단 롯데에 소속된 현지 직원을 중심으로 “사드 부지 제공은 롯데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이날 긴급회의에서 “해외 직원 6만여 명 중 중국 고용인력이 2만 명에 달하는 만큼 현지 직원 정서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