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4년 만에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음주 ECB 정례회의에서 매파 위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통계청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로존의 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로 1월의 1.8%에 비해 더 올랐다. ECB의 인플레 목표는 2%를 살짝 밑도는 수준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금까지 “유로를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건 하겠다면서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리고 양적완화를 확대했다. 또한 “장기간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며 강력한 통화 완화 방침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성장률 전망이 개선되고 인플레도 오르고 있는 만큼 오는 9일로 예정된 ECB 정례회의에서 공격적인 통화완화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장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유로존의 경제 회복세가 지나치게 취약하지만 ECB의 입장이 기존에 비해 덜 완화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브 메르시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정책위원은 이미 이 같은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통화정책 옵션으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얼마나 더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고려할 때 우리의 의사전달에서 점진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와 자산매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유로존 평균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독일에서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독일의 1월 인플레는 전년비 2.2%였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주에 ECB가 올해 인플레 전망치를 지난 12월에 제시한 1.3%에서 0.5%포인트는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CB는 다음주 정례회의 이후 인플레 및 성장률 전망치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다만 식료품과 원유가격을 제외한 유로존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아직 0.9%이며 ECB의 비둘기파 정책위원들은 최근 인플레 상승은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는 만큼 성명에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TS롬바즈의 켄 와트레트 이코노미스트는 “바이트만 총재는 좋은 지적을 했다. 그러나 내주 전망치의 상향 조정은 ECB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기저 인플레 역학이 변하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아직 없는 만큼 앞으로 몇 달 간 추가적인 증거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과거 성급하게 금리를 인상해 문제가 됐던 기억도 뼈아프다고 아트레트는 덧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무르익던 당시 ECB는 금리를 인상했었고, 2011년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유로존을 혼돈으로 몰아가기 직전에도 ECB는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와트레트는 “ECB 정책위원회는 2008년과 2011년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보다 진득하게 추가 근거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