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주식시장의 앞날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시장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광기에 휩싸였다면서 곧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랠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부양정책이 아직 시장에 제대로 반영이 안됐다면서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호황'에 대한 이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미국 증시는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다우 지수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 지수 모두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근 뉴욕 증시는 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깨고 있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 당시 백악관 예산실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톡맨은 현재 미국 증시가 광기에 휩싸인 상황이라고 12일(이하 현지시간) 주장하고 나섰다.
CNBC의 '퓨처스 나우'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톡맨은 현재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지속할 수 없는 환상의 나라(fantasy land)에 살고 있다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앞으로 시장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톡맨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 대부분은 경제 공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머지 않아 증시가 오름세를 반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은 완전히 미친 짓(complete insanity)"이라며 "시장이 트럼프 대통의 부양책을 가격에 대거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면 트럼프의 정책들은 제대로 경제를 살릴 수 없는 것들이라고 스톡맨은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세제 개편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설사 감세를 한다고 해도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경제 이슈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경기의 반등과 기업의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커질 경우 증시는 급락할 것이라는 것이 스톡맨의 주장이다.
◆ "트럼프 효과 완전히 반영 안돼…상승세 계속될 것"
트럼프의 당선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승승장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트럼프 감세 정책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백악관에서 가진 항공업계 경영진들과 간담회에서 감세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그는 “미국 기업에 전반적인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또 세금 및 항공 인프라 개발과 관련해 깜짝 놀랄만한 내용을 3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같은 정책에 기반해 뉴욕증시의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0일 투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랠리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대선 이후의 증시 호황은 선거의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계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앞으로 경제 지표 개선이나 기업의 수익성 향상 등 증시에 긍정적 요소가 더해지면 뉴욕 증시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도이체방크는 내다봤다. 은행은 또 연말까지 S&P500 지수가 향후 13% 더욱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역시 향후 미국 증시 향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금융규제완화는 금융권 수익 향상을 도울 것이며,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도 주가 상승을 도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