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전기차) 판매량이 80만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이 과거와 같은 탄탄대로를 걷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쉬옌화(許艷華) 중국자동차협회(CAAM) 부회장은 8일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올해도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판매량 80만대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은 세계 1위 전기차 대국의 입지를 유지했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늘며 50만대를 넘어섰다.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의 전기차 비중도 1.8%로 확대됐고 누적 보급량은 100만대에 육박했다. 100만대는 세계 전체 전기차 보급량의 50%를 웃도는 압도적인 숫자다.
쉬 부회장은 중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장려 정책으로 전기차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중국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앞에 펼쳐진 꽃길이 곧 험난한 자갈길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쉬 부회장이 언급한대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것은 당국 정책 지원의 힘이 크다. 특히 대대적인 보조금 지원이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끌었다. 그런데 보조금이 곧 사라질 예정이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공업신식화부(산업정보화부 격, 이하 공신부), 재정부, 과학기술부 등 4개 부서가 공동으로 공개한 '신에너지차 보조금 정책 조정에 관한 통지'에 보조금 폐지를 결정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전기차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지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올해 1월 1일을 시작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전년 대비 20% 줄이고 오는 2020년까지 전면 폐지를 결정했다. 지방정부 재정을 통한 보조금은 중앙정부 보조금의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보조금만 노리고 시장에 진입한 '수준 미달' 기업을 정리하고 스스로 경쟁하고 생존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알짜'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다. 업계에서도 이는 "전체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조치"라는 분위기다. 최근 보조금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보조금 폐지 예고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경쟁의 열기가 중국 전기차 시장의 험로를 예상케 한다. 지금까지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점과 보조금 폐지와 함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직 저가, 저급형 제품 위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아 앞으로 쏟아질 볼보, 벤츠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과의 경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쉬 부회장은 자신감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보조금 폐지에 따른 타격도 상당하겠지만 점진적으로 추진돼 구조조정과 기업 퇴출이 급격하고 일시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