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안겨줄 투자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대미 투자 계획을 제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FT는 아베가 트럼프에게 “트위터에 자랑할 만한 수치”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선물보따리 마련에 애쓰는 데에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화해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트럼프는 미국과 일본의 안보 동맹은 강조하면서도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내왔다. 트럼프는 일본과의 자동차 무역을 지목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고 일본이 환시 조작을 통해 미국 수출을 방해한다고 비판해 일본 정부와 재계를 긴장시켰다.
외신들은 아베의 선물보따리에는 트럼프의 환심을 사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 일본의 입김을 불어넣고 대미 무역이나 방위비와 관련한 논의에서 불리한 구석으로 몰리지 않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일부 일본 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불만을 토로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FT에 "진짜 필요한 공장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트럼프 당선 때문에 우리의 사업 계획을 즉각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프라 채권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트럼프의 세금 정책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섣부르게 대규모 투자 약속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트럼프의 거센 압박 속에서 개별적으로 미국 투자를 발표해왔다.
트럼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도요타는 지난 1월에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인디애나 주 프린스턴의 도요타 공장에서 고용을 400명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일에는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아베 총리가 회동했는데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미국 생산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에 관해 논의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밖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12월에 일찌감치 트럼프와 만나 신생 기술펀드를 통해 미국에 5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경제인연합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미국 경제에 일본 기업들이 이미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기여하고 있는 4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와 170만 개 일자리에 관해 말해줘야 한다. 일본은 이미 미국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