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조' 김주혁, '구탱이 형'이라 불려도 좋은 이유

2017-02-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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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조'에서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김주혁(45)은 능숙하게 자신의 꺼풀을 벗는다.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와 ‘청연’으로 멜로의 기반을 다진 그는 영화 ‘싱글즈’, ‘아내가 돌아왔다’, ‘좋아해줘’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김주혁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자리 잡기 시작할 때쯤 그는 난데없이 예능프로그램 ‘1박 2일’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수차례 꺼풀을 벗어던진 그는 차근차근 새로운 면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비밀은 없다’로 시작된 냉철하고 잔혹한 얼굴은 영화 ‘공조’를 통해 빈틈없이 완성됐다. 꾸준한 이미지의 전복. 이는 김주혁 특유의 여유와 신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제작 ㈜JK필름·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김주혁의 변신을 더 확고히 하는 작품이다.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가 남북 최초 공조수사를 벌이는 이야기. 이번 작품에서 김주혁은 남한으로 숨어든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을 연기했다.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차기성은 그냥 악역이 아니었어요.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그가 하는 일, 그의 생각에 확고한 신념을 느꼈어요.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떤 확신 같은 것들. 만약 단순한 사이코패스나 악역이었다면 이 역할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을 거예요.”

영화 '공조'에서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오래도록 느껴온 갈증이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하면서도 다른 장르에 대한 목마름”은 컸다.

“늘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악역은 히든카드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연기하면서도 정말 재밌었고요. 사람들은 장르가 같으면 저 역시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조바심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점차 그런 생각을 거두게 되었고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국과 동료를 배신하고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해 남한으로 도주한 잔혹하고, 냉철한 인물. 김주혁은 차기성이라는 인물에 관한 자신만의 전사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전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고,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에 배신을 당했을 거로 생각했어요. 아내가 처형을 당했고 마음속에 복수심이 들끓었을 거예요. 이런 전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매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한 달 정도 북한 사투리를 배웠다. 이미 영화 ‘적과의 동침’으로 북한 사투리를 경험한 그는 어렵지 않게 역할에 빠져들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북한어 선생님의 일화들을 참고했고 조금씩 차기성에 관한 디테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총으로 철령의 아내를 쏘고 피를 닦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은 북한어 선생님의 일화를 참고한 것이었어요. 차기성의 잔혹함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치일 거로 생각했죠. 이야기만 들어도 약간 섬뜩하더라고요.”

차기성을 완성하는 과정은 섬세하고 또 과감했다.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려 디테일을 쌓아갔고, 도전 의식을 통해 이전에 없던 악역의 얼굴을 만들었다. “악역을 연기하는 동안 어떤 마음이었는지” 묻자, 그는 “아주 속이 시원했다”며 웃어버린다.

“차기성은 한 치도 머뭇거리지 않는 남자예요. 그 점이 정말 통쾌하고 속 시원했죠. 머뭇거리면 차기성의 강함이 무너질 거로 생각했어요. 잔 동작이나 움직임이 많으면 힘이 조금 빠져 보이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봐도 섬뜩하고 무서운 남자이길 바랐어요.”

영화 '공조'의 스틸컷. 극 중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의 모습[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쌓아 올린 디테일들을 보고 있자니 애드리브(ad-lib)에 관한 것들도 궁금해졌다. 전작인 영화 ‘좋아해줘’에서는 그만의 애드리브로 이미 호평을 받지 않았던가. 하지만 김주혁은 이에 대해 “제 애드리브는 아무도 모른다”는 답을 내놨다.

“사람들은 애드리브를 ‘웃긴 것’이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대사와 대사 사이를 매끄럽게 하거나 제 방식대로 옮기는 것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하죠. 예전에는 애드리브를 하나도 치지 않았어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박스를 채우고 포장하는 것에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상자를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면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 시선과 신뢰 없이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런 그에게도 부담감 같은 게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결핍이 없다는 것에 대한 결핍이 있었어요. 일종의 우려죠. 어렵게 살지 않았고 하는 일마다 수월하게 해온 편이라서 그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사람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에 대한 목마름도 그 때문이었을까? 김주혁이 연기해온 혹은 출연한 작품·프로그램이 짧게 머리를 스쳤다. 예능프로그램 이후 악역을 선택한 행보도 궁금증을 자극했다.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저는 ‘구탱이 형’(‘1박 2일’에서 얻은 김주혁의 별명)이라는 불리는 게 좋아요. 예능은 예능이고 영화는 영화죠. 정확하게 저를 보여준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구탱이 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제니까 장르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영화 '공조'에서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꾸준히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 김주혁. 멜로에서 코미디로, 코미디에서 악역으로 변모해온 그에게 “깨고 싶은 또 다른 이미지”가 있을까 궁금했다.

“서민적인 이미지죠. 시장에서 일하고 삶에 찌든 얼굴을 가진 인물이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진정한 눈빛이나 삶을 표현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간접적으로 느끼고자 하고 다큐멘터리나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뭐든지 진솔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연기자도 관객도 힘들어지거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주혁은 “섹시한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남겼다.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면서, 꾸준히 자신의 이미지들을 깨나가겠다는 말로 들렸다.

“배우는 섹시해야 해요. 줄곧 로맨틱 코미디를 해왔지만, 이후부터는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또 다른 섹시함을 줄 수 있겠죠. 같은 장르더라도 다르게 변주하고 꾸밈없이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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