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 "현실 속 청춘들의 모습, 강동주 안에 담고 싶었다"

2017-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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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데뷔 14년 차. 배우 유연석(33)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주해왔다. 영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건축학개론’, ‘무서운 이야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맨도롱 또똣’에 이르기까지. 휴식기 없이 바쁘게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어느 하나 중첩되는 구간은 없었다. 자신의 변화 및 변형에 어떠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는 그는 셀 수 없이 다양한 면면들로 대중들과 소통해왔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연출 유인식 박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와 열정 넘치는 젊은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유연석은 ‘흙수저’ 의사인 강동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마무리가 참 좋았던 작품이었어요. 찍는 동안에도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진 드라마 촬영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이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준 건 작가님의 덕이 컸던 것 같아요. 쪽대본 한 번 주신 적이 없었죠. 의학 용어를 외울 시간도 충분했고 밤샘 작업도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끝나고 나서도 지쳐있기보다는 ‘이런 좋은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현장은 안락하고 화기애애했다.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짙었고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넘쳤다.

이 같은 자부심 또는 자신감은 탄탄한 검증을 기반으로 했다. “전작에서도 의학 드라마를 담당했던 소품 팀은 의사들과 이야기가 통할 정도로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배우들은 “다큐멘터리 속 의사들을 살피며” 끊임없이 검증해나갔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소한 부분들까지 신경 쓰려고 노력했죠. 예컨대 수술할 때 손동작이나 어느 부분을 짚는지, 아주 철저하게 검증하고자 했죠. 그래서 한국·외국 가릴 것 없이 많은 의학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고했어요. 특히 응급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나 심폐소생술 같은 것들은 제게 많이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다큐멘터리를 통한 검증은 드라마의 디테일들을 바꿔놓았다. 심장이 부정맥이 왔을 때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샷(shock, 전기충격)을 주는 장면은 기존 드라마와는 상당한 간격이 있었다.

“보통 의학 드라마에서는 샷(shock)을 받는 환자들이 몸을 크게 들썩거리잖아요.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환자 역인 분들과 함께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연기를 맞춰나갔어요. 그런 모습 때문인지 실제 의사들도 몰입해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상황과 드라마의 극적 상황들의 간격을 목격한 유연석은 “점차 과장된 부분들을 지워 나가려” 했고, 리얼함과 드라마의 강약 조절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해답은 극한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찾았어요. 모든 상황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급박한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드라마 속 극적 상황들도 이해가 갔고요. ‘이게 과장이 아니었구나’ 하고 깨달았죠.”

흙수저 천재 의사. 강동주는 이제까지 유연석이 보여준 면면들과는 또 다른 성질을 가진 캐릭터다. 거기에 “일반적인 천재 의사 캐릭터와는 달리” 다양한 사건들을 겪고 변화를 거치는 입체적인 성격을 가졌다.

“저는 우리 현실 속 청춘들의 모습을 동주 안에 담고 싶었어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성숙하지 않은 모습을요. 때로는 고민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남몰래 울기도 하는 과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정의롭기만 하거나 멋있어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었죠.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라기엔 어색할 수 있는 모습들이 있었지만 전 그 점이 동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좋았고요.”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그의 말마따나 강동주는 한 편의 드라마 속에서 큰 감정의 진폭을 겪어왔다. 사회성이 결여된 성공 집착형 의사에서 사랑할 줄 알게 되고, 부딪쳐 싸우기도 하는 모습들은 배우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이색적이고 매력적이었다.

“동주는 저의 연기 스펙트럼 확장에도 많은 도움을 줬죠. 진지하고, 위트 있는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특히 코미디 연기가 재밌었는데 임원희 선배님과의 연기 호흡이 인상 깊었어요. 선배님과 함께 연기 합을 맞추니까 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코미디 연기의 사부가 임원희였다면 배우 한석규는 강동주에게도, 유연석에게도 진짜 사부 같은 존재였다. 후배들을 따듯하게 챙기고 함께 고민거리를 나누는 모습은 김사부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한석규 선배님은 진짜 사부님 같았어요. 연말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실 때 제가 다 뿌듯하고 벅차오르더라고요.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깊은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인지 어느새인가 연기적으로도 김사부를 닮아가는 걸 느꼈어요. 동주가 김사부를 따라갔듯,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호평은 각각의 캐릭터를 넘어 강동주와 윤서정의 로맨스까지 이어졌다. 여타 의학드라마가 “의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것과는 달리 ‘낭만닥터 김사부’는 “로맨스를 더 보여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한 회당 할당된 멜로신이 적었어요. 그러므로 더 알차게 만들어보려고 했죠. 온 힘을 다해서요. 하하하. (서현진은) 연기를 준비하는 동안 저를 설레게 하고, 긴장하게 하는 배우였어요. 정말 좋은 파트너였다고 생각해요.”

알차게(?) 멜로신을 준비했다는 이야기에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만들었던 키스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1회부터 키스신이 있었죠. 하하하.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찍기 전에 다들 와인 한 잔씩 했었어요. 어색한 순간인데 와인 한 잔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키스신을 찍기 전 무드를 만드는 것은 유연석이 줄곧 상대 여배우에게 해오던 것이었다. 영화 ‘은밀한 유혹’을 찍을 당시에도 임수정과 키스신을 찍기 전 와인을 나눠 마셨던 그는 와인 한 병이 바꾸는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은밀한 유혹’을 찍으면서 깨달았어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그 무드를 쉬이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앞으로도 키스신 전에 와인을 준비할 거냐고요? 하하하. 글쎄요…. 준비를 하긴 해야 할 텐데. 만약 준비를 못 하면 서운해하실 것 같은데요?”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중들에게 보여준 다양한 면면들, 그리고 끊임없는 변주는 유연석의 성격과도 닮아있다. “호기심이 넘치고 두려움이 없는” 그는, 분야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더 많은 모습을 꺼내 들 생각이다.

“제가 꼭 무언가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저를 찾아가고 많은 시도를 해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적도 있고, 아쉬운 성적을 낸 적도 있었지만 분명한 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는 거예요. 어떤 결과를 낳던 그 과정이 후회되지 않게 하는 게 행복한 연기자로서의 삶을 이어나가는 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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