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사면초가이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2017-02-07 06:00
  • 글자크기 설정


 

[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이 NAFTA에서 환율 전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1차 타깃은 중국, 일본, 독일 등 3개국을 지목함으로 인해 한국은 일단 시간을 벌은 셈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원화도 경쟁국 환율과 가파르게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본은 환율 방어에 초비상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 매도 가속화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방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일본도 아베노믹스의 근간이 흔들릴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엔저 유도를 통해 기업의 수출을 늘리려는 일본의 의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일본은행은 올 성장률을 1.3%에서 1.5%로 올리는 과욕을 부리기도 했다. 10일 트럼프-아베 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이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을 친다. 작년 11월 초 이후 다시 1130원 대로 떨어지면서 환율 방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수출 전선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원화의 하락 추세가 어디가지 이어질까? 우리 기업들이 기대하고 있는 적정 환율 수준은 1138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116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보는 원·달러 적정 환율은 1050∼1080원이다. 앙측이 보는 괴리가 상당히 크다. 향후 환율은 1차 저지선이 1130원이 될 것이며, 이 선이 무너지면 결국 1100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4월에 트럼프 정부가 다시 환율조작국 혹은 환율감시대상국 지정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혹을 떼려다가 더 큰 혹은 붙이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의 입장이 절대 유리하지도 않다. 경상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불황형 흑자를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업의 해와투자를 적극 권장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제외시키는 대신 한·미(KORUS) FTA를 레버리지로 치고 들어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협상 대상국에 다양한 아이템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하나의 레버리지를 선정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성과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이 재협상에 응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양자간 협상을 통해 최대한 이익을 확보한다는 트럼프식(式) 전술에 KORUS FTA를 끼워 넣겠다는 것이다. 이를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여의치 않으면 다른 카드로 한국에 압박할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탈퇴한 미국이 일본에도 양자간 FTA를 제의할 것이라고 한다. 양자간 협상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법이다. 미국의 의도대로만 되지 않겠지만 상대의 약점을 치는 전형적인 상업적 거래의 기술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 확연하다.

헤게모니 싸움에 말려들지 말고 카드를 숨겨야 한다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협상 압박 강도 측면에서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경쟁국에 비해서 다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제반 교역 환경이 이들보다 결코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응 수위 혹은 방법을 충분히 참고하면서 우리의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미치는 유·불리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면 제3국 시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도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믈론 위안화가 우리 원화의 절상 폭보다 높다는 전제 하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국의 수출이 부진하게 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훨씬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연이어 중국의 공급 여력이 축소되거나 공급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수출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교·안보와 경제적 상황까지 우리가 현재 처하고 있는 현실이 사면초가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일본의 상황도 결코 만만치 않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포기 카드까지 꺼내면서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남중국해, 북핵 문제에다 무역 전쟁까지 중국의 심기를 극도로 불편하게 쪽으로 몰고 가는 판세이다.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양국 간의 불꽃 튀는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은 연내에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 우리에 대해 사드 보복 조치로 전선을 계속 확대할 수 있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또 한국을 일정 수준에서 우호적인 국가로 붙잡아 두는 것이 중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강경하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양국이 공조하여 오바마 정권 시절보다 중국에게 더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도 당연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평상심을 잃거나 조급해질 이유는 더욱 없다. 좀 더 냉정한 자세로 우리가 갖고 있는 지렛대를 충분히 가동하면서 시간을 충분히 버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정권도 100일 작전을 통해 단시간 내에 공약이나 4년 집권의 큰 틀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조급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이고, 도처에 가시덤불이나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다. 강대국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는 헤게모니 싸움에 성급하게 말려들어서 우리의 이익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심을 잡고 균형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서야 할 줄에 정확히 서야지 엉뚱한 데 서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카드를 숨기되 타이밍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