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벤치마킹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장기성장 기틀…이사회 독립 숙제

2017-02-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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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 오인환 철강부문장에 경영권 위임…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사

미래 성장동력 직접 챙기겠다는 계산… 장기성장 기틀 마련

이사회 독립 통한 견제·균형 숙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 제공= 포스코]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2기 체제를 가동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철강부문장(COO)에 경영권을 위임하고, 비철강 계열사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키로 한 것은 주요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만 하고, 책임경영을 맡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포스코의 장기 존속 여부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다만 독립된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 삼성 벤치마킹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지난 2일 철강 마케팅분야 전문가인 오인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철강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COO로 임명한 것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비슷하다.

포스코가 새로 만든 COO는 철강 부문의 경영 및 독립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권오준 회장이 비철강부문을 직접 챙겨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새 수익원을 창출하고, 미래성장 동력 확보, 그룹 구조조정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도 일찌감치 경영을 미래전략실 및 각사의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구조를 택해 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신성장동력에 투자를 이끌면 미래전략실과 경영진이 따르는 식이다.

실제 포스코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처럼 권오준 회장 아래 가치경영실을 두고 있다. 가치경영실은 포스코그룹의 재무나 계열사 구조조정 등 코어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치경영실의 성격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똑같지는 않다"며 "다만 조직으로 봤을 때 권오준 회장 직속에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이런 '회장-미래전략실-경영진'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를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 것을 감안할 때, 권오준 회장이 이를 차용해 장기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GE'처럼 회장 임기 보장은 시기상조… 이사회 독립은 필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미국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 리스트에 유일하게 100년 이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철저한 검증과 내부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전문경영인을 선정해 체계적인 승계 과정을 거쳐 10년 임기로 임명한다. 큰 과오가 없다면 10년 연임도 가능하다.

이런 독특하고 철저히 능력 위주의 경영시스템은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경영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포스코의 회장직은 3년 임기에 3년 연임이 가능하다. 규정상으로는 3년씩 계속 임기를 연장할 수 있으나,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7년 연속 철강사 경쟁력 7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포스코가 GE와 같은 장수기업의 반석 위에 오르기 위해선 회장의 장기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단기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박태준 명예 회장은 특유의 경영 능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데다 박정희 대통령 등의 신임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핵심역량을 키워 오늘날 포스코를 만들었다는 추앙을 받는다.

다만 회장의 임기보다는 이사회 독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기적인 임기가 보장되면 자칫 독단적인 황제 경영에 치우칠 수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목소리를 내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는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사례를 보듯 CEO임기를 무작정 보장해주면 황제처럼 군림할 수 있다"며 "CEO 임기를 보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와 CEO가 견제와 균형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포스코의 이사회가 얼마만큼의 위상을 가지고, 판단을 하느냐가 문제"라며 "이사회가 CEO 평가뿐 아니라, 승계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하는 프로세스가 만들어져야 지배구조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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