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옥죄는 트럼프, 현대·기아차 '버티기' 가능할까?

2017-01-26 06:01
  • 글자크기 설정

- 美 '빅3' 자동차 제조업체에 미국 내 공장 신축 압박

- 日 도요타, 미 생산공장 투자 및 일자리창출 약속

아주경제 윤태구·이소현·윤정훈 기자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가 생산되고, 더 많은 직원이 고용되며, 더 많은 자동차 제조공장이 새로 건설되기를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던진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압박해 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포드, GM 등 자국 기업은 물론 일본 도요타, 독일 BMW 등을 직접 거론하며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를 미국에서 판매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에 포드는 멕시코에 16억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GM도 올해 미국 공장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중서부 공장 2곳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새 일자리 20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트럼프의 기조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요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 압박에 백기투항하며 미국 생산공장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이미 5년간 1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도요타는 그 일환으로 인디애나주에 6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추가 고용 계획을 내놨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노골화하면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는 지난 5년간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투자한 21억달러보다 50%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우리의 세계적인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인 미국 시장에 전념해야 한다"며 투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멕시코 생산시설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앨라바마(38만7000대)와 조지아(37만2000대)에 합산 75만9000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신공장 건설이 생산 규모, 건설 지역, 설립 주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대·기아차의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미국 내 공장 신설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미FTA 재협상은 현대·기아차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FTA 효과가 사라지면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한다. 현대·기아차가 한 해 미국에 판매하는 약 142만대(2016년 기준) 중 76만대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나머지 67만대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더욱이 최근 들어 대미 수출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은 2015년 36만8172대에서 작년 33만5762대로 8.8% 감소했고, 기아차는 같은기간 45만5370대에서 33만2470대로 27.0%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가 현대·기아차를 직접적으로 겨냥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지만 압박 수위가 더해갈수록 결국에 백기를 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