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임기를 3년 더 보장받은 '철강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진행 중인 특검 수사를 딛고 조직을 추스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월 초 임원 인사를 통해 제철보국의 신념을 재각인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 등 보호무역주의의 물결을 헤쳐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완성할 전망이다.
◆뛰어난 능력에도 특검 수사 부담
25일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임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권 회장은 이사회 승인과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2020년 3월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후추위는 권 회장이 지난 임기 동안 추진한 구조조정 및 영업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 4년만에 최대치인 영업이익 1조343억원을 기록해 '1조 클럽'에 재진입했고, 비핵심 계열사 정리도 목표치(149건)의 65.8%(98건)를 달성했다. 이런 결과로 회사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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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권오준 회장은 역대 회장처럼 '정권 연루설'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을 낸 경위 및 대가성 여부,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를 문화계 비선 실세인 차은택씨 등에게 넘기려한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영수 특별검찰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 등이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권 회장 입장에서는 정치권과의 커넥션은 없다며 떳떳해 하지만, 향후 경영을 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사 통해 조직 안정화·위기 돌파 꾀할 듯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이르면 2월 임원 인사를 통해 새 동력을 찾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애초 포스코 임원인사는 회장 교체 시기에 맞춰 3월에 실시돼 왔다.
이미 포스코 내부에선 권오준 회장이 일부 임원에 대해 인사를 단행했고, 당사자에게 통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오준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경영 쇄신을 이끌 적임자들로 새 임원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향후 핵심 사업을 추진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위대한 포스코'를 건설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로써 조직을 추스리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물결을 돌파하는 1석 2조의 전략을 택한 셈이다.
한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민영화된 이후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이 바뀌는 악순환을 이젠 끊을 때가 됐다"며 "세계 철강업계가 무한 생존 경쟁에 들어갔는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 입김에서 자유롭고, 성과를 내면 인정받는 능력위주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