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발생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고임과 동시에 예방과 대책을 통해 그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재난이다.
그럼에도 대구 서문시장에 이어 여수 수산시장 대형화재를 보면서 예방적인 측면과 사후적인 대처 모두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다시 한번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통시장의 대형화재는 겨울에 눈 내리듯 계절마다 반복되면서 상인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달이 채 안되어 터진 잇따른 대형화재를 바라보는 여론은 큰불이 날 때마다 안전대책은 쏟아지고 대대적인 점검도 이뤄지지만, 화재발생과 엄청난 재산피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질책이다. 정부의 근본대책마련은 물론이지만 상인들의 안전의식 또한 변화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12월 전국 1,256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안전관리체계와 시설물 유지관리 실태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한 달간 진행된 안전점검 결과 총 733건이 지적되어, 우선 648건에 대해 조속히 개선토록 시정명령했다.
또, 미 규격 전선사용, LPG용기 옥내보관, 가스 자동차단장치 미설치 등 79건은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방화셔터나 비상구 앞에 장애물을 적치해 피난ㆍ방화시설을 위반한 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주요 지적내용은 화재수신기 등 소방시설 불량이 648건(88%)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소화기 관리 소홀이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상인 스스로 안전규정을 지키며 영업하겠다는 자발적 인식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외에도 전통시장 내 아케이드 개폐장치 작동불량, 분전함 내 접지불량, 가스차단기 미설치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사고 때마다 우리는 사회와 정부를 질책하면서 정작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평상시 화재 경보가 울리면 귀찮아서 꺼 놓거나 스위치를 차단한 건 아닌지, 먼지가 쌓인 낡은 전선이 어지럽게 꼬여 있는 채 방치하고 전기기구를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건 아닌지, 불 바로 옆에 LP가스통을 놓고 사용하는 건 아닌지, 계단이나 복도에 제품들을 가득 쌓아 두지는 않는지, 이러한 사소한 부주의가“남들도 다 그런데 뭐 어때서”, “별 문제 있겠어?”라는 식으로 변명을 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본인의 편리를 위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명나라 학자 방효유의 `심려론(深慮論)`에는 화상발어소홀지중 이난상기어부족의지사(禍常發於所忽之中 而亂常起於不足疑之事)란 말이 있다. 화는 언제나 소홀하게 다룬 데서부터 일어나며, 난은 언제나 별로 의심할 것도 없는 일에서부터 일어난다. 는 뜻으로 아주 `사소한 부주의`가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작은 일부터 안전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공통체로 확산될 때 우리사회의 안전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더불어 일터에서나 일상생활 속에서 안전이 습관처럼 행동으로 표출되도록 끊임없이 안전교육을 이슈화하고, 안전훈련도 지속적으로 이루어 져야한다.
안전은 더 이상 우리사회의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핵심가치다.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불편하고,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비용도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그 대신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번화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 시스템, 의식이 한 단계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균형 있게 높은 수준을 지향할 때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