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는 ‘안전한 사회’…정문호 인천소방본부 본부장

2017-01-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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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호 인천소방본부 본부장


화재는 발생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고임과 동시에 예방과 대책을 통해 그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재난이다.

그럼에도 대구 서문시장에 이어 여수 수산시장 대형화재를 보면서 예방적인 측면과 사후적인 대처 모두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다시 한번 우리사회의 안전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11월말 대구 서문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해 막대한 피해가 있었고, 그로부터 두 달도 되지 않아 15일 전남 여수 수산시장에서 큰불이 나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전통시장의 대형화재는 겨울에 눈 내리듯 계절마다 반복되면서 상인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달이 채 안되어 터진 잇따른 대형화재를 바라보는 여론은 큰불이 날 때마다 안전대책은 쏟아지고 대대적인 점검도 이뤄지지만, 화재발생과 엄청난 재산피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질책이다. 정부의 근본대책마련은 물론이지만 상인들의 안전의식 또한 변화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12월 전국 1,256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안전관리체계와 시설물 유지관리 실태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한 달간 진행된 안전점검 결과 총 733건이 지적되어, 우선 648건에 대해 조속히 개선토록 시정명령했다.

또, 미 규격 전선사용, LPG용기 옥내보관, 가스 자동차단장치 미설치 등 79건은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방화셔터나 비상구 앞에 장애물을 적치해 피난ㆍ방화시설을 위반한 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주요 지적내용은 화재수신기 등 소방시설 불량이 648건(88%)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소화기 관리 소홀이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상인 스스로 안전규정을 지키며 영업하겠다는 자발적 인식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외에도 전통시장 내 아케이드 개폐장치 작동불량, 분전함 내 접지불량, 가스차단기 미설치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사고 때마다 우리는 사회와 정부를 질책하면서 정작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평상시 화재 경보가 울리면 귀찮아서 꺼 놓거나 스위치를 차단한 건 아닌지, 먼지가 쌓인 낡은 전선이 어지럽게 꼬여 있는 채 방치하고 전기기구를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건 아닌지, 불 바로 옆에 LP가스통을 놓고 사용하는 건 아닌지, 계단이나 복도에 제품들을 가득 쌓아 두지는 않는지, 이러한 사소한 부주의가“남들도 다 그런데 뭐 어때서”, “별 문제 있겠어?”라는 식으로 변명을 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본인의 편리를 위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명나라 학자 방효유의 `심려론(深慮論)`에는 화상발어소홀지중 이난상기어부족의지사(禍常發於所忽之中 而亂常起於不足疑之事)란 말이 있다. 화는 언제나 소홀하게 다룬 데서부터 일어나며, 난은 언제나 별로 의심할 것도 없는 일에서부터 일어난다. 는 뜻으로 아주 `사소한 부주의`가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작은 일부터 안전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공통체로 확산될 때 우리사회의 안전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더불어 일터에서나 일상생활 속에서 안전이 습관처럼 행동으로 표출되도록 끊임없이 안전교육을 이슈화하고, 안전훈련도 지속적으로 이루어 져야한다.

안전은 더 이상 우리사회의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핵심가치다.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불편하고,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비용도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그 대신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번화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 시스템, 의식이 한 단계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균형 있게 높은 수준을 지향할 때 안전한 사회가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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