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지만 재계는 여전히 긴장 상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전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도 대기업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수사확대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대기업에 대한 압력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를 한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이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774억원을 낸 53개 대기업 전체가 수사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음 수사대상으로 꼽히는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와 롯데 등 총수들에 대한 수사까지 본격화하면 관련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SK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최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를 앞세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향후 3년에 걸쳐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도 올해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SK하이닉스도 6조~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명 신규 채용'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각각 111억원, 45억원이다. 당시 SK는 최태원 회장 사면,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라는 중요 현안이 있었다.
이들 그룹을 비롯해 CJ, 부영 등 각 그룹의 수뇌부와 법무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도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다"며 "경제성장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가운데 기업별 투자 및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와 관련된)멘트 하나 나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다"고 토로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참담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김 부회장은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