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박성준 기자= 문화콘텐츠업계에 이어 산업계, 소비재업계까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경제보복에 대한 공포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사드보복에 대한 공포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업체들은 지난해 7월8일 한미양국의 사드배치발표 이후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한령(限韓令, 한국콘텐츠 방영금지 조치)으로 인해 한국드라마는 물론 한중합작드라마조차도 방송사와 인터넷플랫폼에서 외면을 받고 있으며, 한류스타의 공연 역시 연기사태가 속출했다. 중국 현지 문화콘텐츠업체들은 여전히 중국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전기차배터리, 광섬유,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 사드보복으로 추정되는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치들을 전적으로 사드보복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베이징 현지 업계관계자는 "중국에서 자동차용 배터리시장은 아직 성숙단계에 오지 않았고, 현재의 조치들은 자국산업보호 측면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중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숙단계에 돌입하면, 경쟁력있으면서 값싸게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의 제품이 시장으로부터 선택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미성숙 기간에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시장규모가 커진다면 정부 보조금지급에 한계가 올 것이며,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경쟁력있는 제품이 팔려나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또한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지난 3일 공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서 19종류의 한국제품을 불합격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또다시 사드보복이라는 해석이 일었다. 하지만 19가지 중 15가지는 지명도 낮은 업체들의 제품이었으며, 2가지는 애경의 목욕세정제, 2가지는 CJ라이온의 샴푸제품이었다. 불허이유 역시 서류미비, 다이옥신 함량초과, 성분변경 등으로 명확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안전처 역시 "사드보복으로 단정하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공지를 통해 한국산 비분산형 단일모듈 광섬유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5년 연장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 역시 사드보복이라기보다는 자국산업 보호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번에 반덤핑관세 부과 조치가 해제될 경우 한국산 제품의 덤핑 판매로 자국 산업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유커, 遊客)수 역시 늘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유커수는 612만명이었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년에도 598만명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804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방문했다. 수치상으로 30% 이상 증가한 셈이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유커증가율이 급감했으며, 올해 들어 중국이 한국행 전세기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유커 입국수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며, 공기가 맑고, 서비스품질이 높은 한국은 여전히 중국인에게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올해 우리정부의 유커 목표는 830만명이다.
베이징 국연컨설팅의 김성훈 대표이사는 "문화콘텐츠업체들은 물론 대기업 부품공급업체들마저 사드보복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현지에서 사드보복의 영향을 충분히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불안감이 필요이상으로 증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