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4일 롯데월드타워 현장에서 열린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 훈련에 직접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신 회장은 시민들과 함께 가상 화재 발생 시점에 108층에 대기하고 있다가, 계단을 통해 102층 ‘피난지역’으로 이동한 뒤, 비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 방재센터로 무사히 탈출했다.
롯데물산 측이 이날부터 11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신청한 5000명의 시민 현장체험단들의 행보에 기자도 동행했다.
매일 15개팀(시간당 50여명이 한팀)으로 나눠진 체험단 가운데 오후 1시40분에 출발하는 오렌지팀에 합류했다. 체험단은 우선 1층 다이버홀에서 롯데월드타워의 건설 역사, 특장점, 개요 등의 영상을 10여분간 시청한 뒤 주의사항을 숙지했다.
이후 지하1층 전망대로비로 이동, 118층까지 안내할 국내 최초 ‘더블덱 엘리베이터(Double Deck Elevator)’에 탑승했다. 총 17대 갖춰진 롯데의 더블덱 엘리베이터는 1개의 승강로에 2대의 엘리베이터를 수직 연결, 엘리베이터 2대가 함께 붙어서 움직이는 것으로 2개 층을 동시에 운행해 승객의 탑승과 대기 시간을 단축시킨다. 특히 분당 600m의 운행속도로 118층 전망대까지 60초만에 주파했다.
탑승 후 초고속으로 엘리베이터가 수직상승하자,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귀가 순간 먹먹해졌다.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벽면은 올라가는 층수에 맞춰 바깥 풍경이 저절로 3D화면으로 구현돼 저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118층에 내려 ‘유리 테크’로 구현된 전망대에 발을 내딛는 순간, 시민들은 일제히 “아이고, 무섭다”를 연발했다. 발 아래로 까마득한 서울 풍경이 내려다보였으니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아찔했다. 신동빈 회장도 유리 데크 전망대 위에서는 사뿐사뿐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리 데크는 성인 남성(65㎏) 600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하중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자녀 둘과 함께 체험단에 참가한 윤미희(39·잠실동)씨는 “순식간에 118층에 오른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유리 테크는 좀 무서운데, 아이들이 신기해 하니 데려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피난구역인 102층까지 16개층을 계단으로 이동하자 시민들의 말수는 급격히 줄었다. 몇몇 아이들은 “대체 언제 도착해요?”라며 푸념도 했다. 일부 중장년층은 거의 다다르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7분여간 걸어서 도착한 102층은 국내 최초 초고층 건축물에 설치된 ‘피난안전구역’이다. 이곳은 내화 및 불연재료로 돼 있고, 가압 제연설비 시스템이 적용돼 화재 시 불이나 연기를 완전 차단한다. 또 화재용 마스크와 공기호흡기, 휴대용 비상조명등, 심장 충격기 등을 비롯해 화장실·급수시설, 방재센터와의 직통전화도 구비돼 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지하벙커에 버금가는 이같은 피난안전구역이 20층마다 총 5개소(22·40·60·83·102층)에 설치돼 있다.
피난안전구역을 거쳐 신 회장처럼 ‘엘리베이터(승강기)’를 타고 1층까지 비상탈출에 나섰다. 흔히 화재 등 비상상황에는 승강기를 타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롯데월드타워는 예외다.
국내 최초로 비상상황 시 총 61대의 승강기 중 19대의 승강기(더블덱의 경우, 17개 중 9대가 피난용)가 즉시 피난용으로 전환 운영된다. 정전이 발생해도 즉시 비상발전기로 전원이 공급되는 2중 안전 시스템을 갖춰, 무사히 1층까지 내려올 수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피난용 승강기는 마치 ‘구조용 보트(Life Boat)’처럼 화재 발생시 연기유입을 차단하는 가압제연 시스템을 갖춰,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승객들을 지상으로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총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진도 9의 강진과 초속 80m의 태풍을 견디는 내진·내풍 설계가 적용돼 있다. 진도 9는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지진이었던 경주의 진도 5.8에 비해 300배나 강력한 지진이다. 초속 80m의 태풍은 과거 132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 ‘매미’의 초속 5.5m 보다 1.5배나 강력한 태풍이다.
박현철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은 “5000명의 시민 현장 체험단에게 롯데월드타워가 안전에 있어서 최고 수준으로 설계되고 시공됐음을 알려드리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 중”이라며 “향후 준공 시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안전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서울시의 사용승인(준공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이 완료되면, 1987년부터 시작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꿈이 30년만에 신동빈 회장 대에서 현실화 된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은 오는 4월 3일 창립 기념일에 맞춰 롯데월드타워의 ‘그랜드 오픈’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