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인공섬도시 건설…" 차이나머니가 휩쓴 동남아

2017-01-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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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둔화, 일대일로,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동남아로 눈돌리는 중국기업

중국기업 동남아 M&A 일년새 10배 급증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미국에 등돌리고 중국 손잡기

중국-아세안 교역액 2020년 1조 달러 돌파 전망…일각선 '차이나머니' 경계령도

중국 부동산 재벌 비자위안이 말레이시아에 건설 중인 인공섬 도시 '삼림도시' 조감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오른쪽 위)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부동산재벌 비자위안(碧桂園)이 최근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경제특구에 2500억 위안(약 43조원)을 투자한 '삼림도시(Forest City)' 프로젝트가 20년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와 사이에 두고 있는 남쪽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 4개를 연결해 20㎢ 규모로 건설된다. 마카오보다 조금 작은 면적의 이곳은 동남아 녹색스마트 생태도시로 조성된다. 차가 다니지 않고 숲이 우거진 공간을 마련하고 주거지를 조성하고 기업들도 유치할 계획이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해에만 벌써 이곳을 두 차례 방문해 "삼림도시가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앞으로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자위안의 삼림도시 프로젝트는 중국기업의 동남아 진출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경제권건설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바람을 타고 중국기업들이 동남아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경기둔화에 직면한 중국기업들에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6억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는 매력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게다가 동남아 지역의 경제권을 휘어잡은 화교들도 중국기업의 진출에 길을 터주고 있다.

▲라오스 GDP 절반이 '차이나머니'

“중국의 투자가 동남아를 바꾸고 있다. 중국의 투자가 라오스 국민 대다수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캄보디아 빈곤인구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동남아 지역의 '차이나머니' 공습의 현주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중국 민생증권과 캄보디아의 대기업 LYP그룹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근처에 컨벤션 센터·호텔,·골프장·놀이공원 등 2000만㎡ 크기의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 금액은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 규모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실 친중국 국가인 캄보디아엔 오래 전부터 차이나머니가 영향력을 뻗쳐왔다. 프놈펜에서 20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아누커항에는 이미 8년 전 중국 훙더우그룹이 조성한 시아누커항 경제특구와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102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84개 기업이 이미 생산경영에 돌입해 1만6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 다른 친중국 국가인 라오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곳에는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414㎞ 길이의 철도 건설이 진행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총 투자액만 54억 달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라오스 철도 투자액은 2015년 라오스 GDP(105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중국 부동산 재벌 뤼디그룹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 건설 및 인근 지역 인프라 건설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밖에 중국기업은 미얀마 해안가에 경제특구·발전소·항구 등을 건설 중인가 하면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 고속철 수주전에서 막강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과 경쟁도 벌이고 있다.

중국의 IT 기업들도 국내 경기 침체 속에 동남아 시장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남아는 주민들의 수입이 증가하고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양대 인터넷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동남아 최대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싱가포르의 라자다 그룹을 인수하면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태국·베트남 등 6개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그 동안 알리바바가 인도에 투자한 자금만 40억 위안(약 7000억원)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해 인도 벤처투자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됐을 정도다.

텐센트도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온라인게임 스타트업인 가레나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에는 ‘태국판 바이두’로 불리는 태국 최대 포털사이트 사눅(Sanook)도 인수해 아예 사명을 '텐센트 태국'으로 바꾸기로 했다. 텐센트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죽스’(JOOX)는 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지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1위 자리를 굳혔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동남아 지역 인수합병 금액이 지난 해 19억 달러(2조29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억9300만 달러에서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유럽과 북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美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 동남아 '끌어안기'

사실 그 동안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둘러싸고 필리핀·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와 대립각을 세웠다.  중국 정부가 동남아를 끌어안기 위해 내건 카드는 무역과 투자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6대 동남아 국가에 투자한 자금은 전년보다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60억 달러다.  특히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전체 해외직접투자(FDI)의 각각 30%, 2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하나 둘씩 중국에 손을 내밀어 중국과의 우호를 내세워 차이나머니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다. 한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국제중재재판소에 소송까지 냈던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국 편으로 돌아섰다. HSBC는 올해 중국의 필리핀 투자 규모가 240억 달러를 기록해 미국을 제치고 필리핀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014년 말레이 항공기 실종 사건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말레이시아도 급속도로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해 10월 베이징을 방문한 나집 라작 총리는 "중국이야말로 말레이시아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치켜세우며 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의 중국 투자를 약속 받았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2년동안 시진핑 주석을 다섯 차례 만났다. 만남 횟수에 정비례하듯 중국의 투자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 해 1~9월 중국의 인도네시아 투자액은 16억 달러로, 2015년 전체 6억 달러의 세 배에 육박했다.

중국은 동남아 지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양자간 교역액 2015년 4722억 달러(약 570조원)로 집계됐다. 1991년 63억 달러에서 80배 가까이 늘어난 것. 중국은 7년째 아세안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 해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 협상도 타결한 중국과 아세안은 오는 2020년 양자 교역액을 현재의 두 배인 1조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차이나머니의 위력은 앞으로 동남아에서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후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향후 중국은 무역과 투자를 통해 동남아 끌어안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고,  동남아 경제는 더욱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동남아 경제는 연 6~7% 이상의 고속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동남아 경제가 2016년에 이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 내년 아세안 주요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5.1%로 전망했다.

물론 최근 몇 년 사이 '차이나 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미얀마과 중국과 협의한 200억 달러 규모의 철도 건설 협력은 지난 2014년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로 대중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일부 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중국의 경기 둔화로 올해 동남아시아 주요 5개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4.4%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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