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아베, 침략전쟁 진정성있는 사과해야

2017-01-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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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기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사진=정상기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작년 연말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5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이어 미·일간에는 과거사 종결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미-일 간에는 진주만과 히로시마(나가사키)가 전후 앙금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작년 연말에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을 방문해 1941년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숨진 미군이 묻혀있는 미국 국립태평양 기념묘지를 참배했다.

또한 추도시설인 애리조나 기념관을 참배해 미군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 미-일 양국을 연결한 것은 관용의 마음이 가져온 화해의 힘” 이라는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을 향한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도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화해의 힘을 보여주는 역사적 행위로 평가하고 미국과 일본이 한때의 적대관계에서 강한 동맹관계로 발전하였음을 선언했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해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직접적 사죄표명을 하지 않은 채 미일정상이 양국간 동맹관계를 강조한 것도 그만큼 안보나 경제를 위해 상호 협력을 중시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금번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많은 외신들이 평하듯이 일본의 국익차원에서 정교하게 기획된 하나의 이벤트로 평가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전쟁책임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표시를 하지 않았고 미군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태평양 전쟁시 희생당한 한국이나 중국등 아시아각국들의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아베의 진주만 방문에 대해 "아시아 피해국 앞에서, 재치있는 쇼를 수차례 연출하기 보다는 깊고 진실한 반성을 하는 것이 미래에 더욱 유익할 것이다" 라고 논평했다.

한편 우려스러운 것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동행했던 이나다 방위상이 귀국즉시 현직 방위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했다는 점이다.

마치 진주만의 미군희생자 추도시설을 참배하는 연장선에서 일본의 A급 전범들이 묻혀있는 야스쿠니 참배를 동일시하는듯한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우리정부가 일본측에 즉각 강력한 항의입장을 표하고 외교부 대변인도 동 야스쿠니 참배를 개탄한다는 논평을 발표한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서 그동안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하게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평가받지 못한것은 결국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이 보여온 퇴행적이고 수준낮은 역사인식이 가장 큰 이유이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시에 ‘부전의 결의’를 다짐하고 이나다 방위상이 야스쿠니 참배를 ‘세계평화 구축을 위한 것’ 이라고 강변했지만 핵심인 침략전쟁 및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표시없이 수없이 화려한 말을 되풀이한들 누가 그 진정성을 믿을 것인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의 표시만 있으면 굳이 ‘부전의 다짐’이니 ‘세계 평화구축’이니 하는 거창한 수사를 사용하지 않아도 피해국들이 일본의 달라진 모습을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정성의 기초위에서 일본은 주변국의 신뢰를 얻을수 있을것이며 국제사회의 리더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로서도 북핵위협에 대처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하여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문제는 우리의 근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만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모양새를 취하려고 하는 태도를 벗어나 한국과 중국 및 아시아 각국들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한일정부간에 어렵게나마 합의한 위안부관련 합의마저도 집행과정에서 성실성이 결여된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결국 한일간의 협력에 또다른 장애가 될 것임을 인식하고 동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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