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분당 사태를 겪은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본격 쇄신작업에 돌입하기 위해 2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그 중심에서 당을 이끌어 갈 수장은 과거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휘둘렀던 인명진 목사가 맡게 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정식 추인했다. 당초 분열 양상 등으로 전국위 소집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정원 759명 중 431명의 참석으로 성원이 됐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일에 새누리가 국민 앞에 변명 없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개혁의 시작은 먼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당 쇄신을 위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적청산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 갈등을 빚던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과는 결별했고, 탄핵정국에서 돌아선 민심을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정부와 연이 깊은 친박 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탈바꿈시켜야 한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은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에 2선 후퇴를 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으니, 많은 고뇌를 하고 있다"며 "인 목사는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경환 의원 역시 "당이 새로운 개혁에 들어가기 때문에 저는 2선으로 물러나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겠다"면서 "새누리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 국정혼란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책임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드릴 부분은 사죄드리고, 용서를 구할 부분은 구하는 활동을 할까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치활동을 자제하고 민심회복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 위원장은 특히 "우리는 흔히 과거에 대해 책임지는 방법으로 당의 이름이나 로고를 바꾸고, 지도부 몇 사람의 얼굴을 바꾸고, 심지어 새로운 당을 만들어 피해보려고 생각해왔다"면서 "더 이상 얄팍한 꼼수에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한 외양 변화가 아닌,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당의 노선변화 등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통상 비대위원장이 인준되면 곧바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을 의결하고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을 좀더 신중히 한다는 차원에서 상임전국위 소집을 보류했다. 인 위원장은 다음달 초 15명 이내의 비대위원 추천을 목표로 개혁 성향을 지닌 초·재선 의원들과 원외 인사 등을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