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사회부총리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내년에는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2018학년도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유예에 따라 내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기존과 같은 검정 교과서를 활용해 수업이 이뤄지게 됐다.
교육부는 국정화 유예를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변경해 내년 역사교과서만 국정으로 다른 교과서보다 한 해 일찍 적용하게 돼 있는 규정을 수정해 적용 시기를 미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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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기를 2018년으로 미루고 국검정 혼용으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가 차기 정부에서 유지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 이번 결정대로 내년에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로 과연 결정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어느 세력이 집권을 하더라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각계의 비판이 높았던 만큼 이를 철회하고 기존 검정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정부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하고 있는 집필기준에 대해서도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역사교과서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집필기준에 포함된 이같은 기술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의미를 격하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그동안 소모적인 논란이 이뤄지면서 국력만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 교육과정에 맞는 검정교과서를 개발하는 시간이 부족해 2018년 국검정 혼용을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크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해서는 안 될 것을 해 예산, 시간 낭비에 국론 분열만 가져왔다”며 “2018년 국검정 혼용을 하겠다고 하는데 출판사가 지금부터 검정교과서를 개발해도 늦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당장 내년부터 희망학교 전체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것은 교육부의 정책과정에서 역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검정교과서 집필과 심의과정이 최소 1년 6개월이 소요돼 학교현장을 고려한다면 2018년부터의 국검정 혼용은 현실 불가능한 안”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금지법’을 통과시켜 연구학교 시행, 국검정제 혼용을 무효화시키고 이준식 교육부장관 해임건의를 야당과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날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3807건 중 건국절 주장이 반영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590건으로 가장 많이 제출됐고 이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157건 접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