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19일 "북한 김정은의 폭압적인 공포통치 아래 노예 생활을 하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체제에 대한 환멸감이 커져 귀순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태 전 공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23일 일반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브리핑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오랜 해외생활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며 한국 민주화와 발전상을 체감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심이 싹터 오래 전에 탈북을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 전 공사는 "귀순 당시 자녀들에게 이 순간부터 너희들에게 노예의 사슬을 끊어주겠다고 했는데 와 보니 왜 진작 용기를 못 냈나 하는 아쉬움까지 든다"고 얘기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일부 언론에서 딸이 오지 못했다는 데 대해 태 공사는 "아들만 두 명 있으며 가족과 다 같이 귀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 태 전 공사는 북한 내에서 직위가 올라갈수록 도청이 일상화되는 등 자택 내 감시망이 강화돼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 하에서 우울증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간부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북한에서 자금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이 두려워 도주했다는 북한의 비난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를 예상한 태 전 공사는 귀순 전 대사관 자금 사용현황을 정산하고 사진까지 촬영해뒀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 주민이 억압과 핍박에서 해방되고 민족의 소망인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대외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태 전 공사는 "김정은 한 사람만 어떻게 되면 무조건 통일이 된다, 2인자가 없어서 체제가 무너진다"면서 "정변이 나도 엘리트와 측근들이 중국으로 도망가지 않고, 한국 사회에 와서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잘 나가던 고위 관료들이 남한에 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 두려워 하기 때문에 돈이 좀 들더라도 잘 지낼 수 있는 직장을 해줘야 고위층에서 탈북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