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의 '그릇'에 담긴 것

2016-12-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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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과거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변요한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변요한(31)에게는 이미지가 없다. 어떤 형식에도 국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에는 “이미지가 구축돼있지 않다”는 이야기에 상심하기도 했었다. 그는 연기에 대해 꾸준히 고민했고 “어떤 것도 규정짓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본질적 이해’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 ‘육룡이 나르샤’ 땅새로 귀결됐다. 어떤 형식에도 갇히지 않고 캐릭터를 캐릭터로서 이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셈이다.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변요한의 영역을 실감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을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속에서 변요한은 과거의 수현 역을 맡아 어떤 캐릭터도 담을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증명해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과거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변요한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욤 뮈소의 원작 소설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 군대에서 처음 접하게 됐다.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부담이 큰데, 홍 감독님이 리메이크한 걸 보고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2인 1역은 어땠나?
- 고민이 많았다. 한 신, 한 신 계속 생각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2인 1역이다 보니 닮은 부분도 있어야 하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

김윤석 배우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면서 연기를 맞춰가기도 했나?
- 그렇다. 2015년에서 1985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앉아있는 자세나 모양새가 최대한 비슷하기를 바랐다. 너무 똑같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서 아주 작은 변형을 주려고 했다. 표정이라거나 담배 피우는 입술 모양 등을 신경 썼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느낌으로.

한수현 캐릭터를 위해 김윤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김윤석 선배님께서 많은 부분을 열어주셨다. 과감하게 받아주시더라. 저는 김윤석 선배가 보여주는 수현보다는 더 풋풋하고, 뜨거운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상반되는 모습이 보이도록.

2인 1역을 연기하면서, 두 사람 모두 한수현에 일체 했다는 느낌을 받은 신이 있다면?
- 아주 명확하게 기억이 난다. 마지막 바닷가 신이다. 모든 걸 정리한 과거의 수현과 현재의 수현이 바닷가를 걷는 장면인데 선배님께서 제 어깨를 잡으며 ‘이제 네가 할 차례야’라고 말씀하셨다. ‘보고 싶을 거예요 한수현’이라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대사도 아니었고, 애드리브였다. 나를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과거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변요한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가 보다
- 역할에 몰입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것 같다. 연아에게 풍선으로 고백하는 장면도 제 아이디어였다. 6~7년간 사귀면서 여자친구에게 잘 못 했던 수현이 부끄러움을 누르고 할 수 있는 최대의 고백 같은 느낌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촬영하다 보니 풍선이 많이 보였는데 자연스럽게 ‘고백신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요망’ 타투신도 인상 깊었다. 투박한 게 한수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 투박한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글씨체를 보고 결정한 거였다. 제 팔에 새겼을 때, 세련된 글씨체의 타투는 영화의 감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의 배경이 1985년대였다. 시대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 제가 태어나기 1년 전 이야기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80년대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정서를 만들어주니까.

상업영화로는 첫 주연작이다. 부담감도 따를 텐데
-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없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똑같이 부담이다. 처음 영화제에 갔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과거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변요한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연기적인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많다. 가수들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다.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고민할 것 같다. 가수든 배우든 모두 공통되는 건 메시지 같다. 이걸 담을 만한 그릇이 되나? 자괴감이 느껴진다. 한때 저를 많이 미워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주고 싶다. 그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늦게 알았다. 노력은 하되,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생각의 전환을 맞게 된 계기가 있을까?
-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그땐 정말 조급했던 것 같다. 무엇이 조급한지도 모른 채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데 독립영화는 늘 불안한 데가 많으니까. 오늘 찍다가도 ‘내일부턴 안 나와도 돼. 조금만 쉬다가 찍자’고 하기도 한다. 그런 불안감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결국은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지만 과도한 열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아픔을 넘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변요한이 거둔 성과에 비해 불안이 큰 것 같다
- 연기를 못하게 될까 봐 불안하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정말 잘하는데 대중을 못 만나는 이들이 있지 않나. 물론 그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하지만,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제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희소성이 사라질 것 같다.

지금, 배우 변요한이 가진 희소성은 무엇인가?
- 열정?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저는 기술이 없다. 지금은 무조건 돌직구니까.

그 돌직구에 많은 관객이 열광하지 않았나. 본인은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어떤 이미지도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 하하하. 그런가. ‘미생’이나 ‘육룡이 나르샤’를 끝내고 취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많은 사랑을 주신 게 감사하지만, 그 캐릭터를 빨리 잊는 게 숙제라고 생각한다. 잊히더라도 빨리 벗겨내고 다음 작품을 위해 달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달콤함을 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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